김태우·김기현·유재수 의혹 안고…박형철 靑 반부패비서관 사임

입력 2019-12-16 13:56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16일자로 사임했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국면에 이어 최근 유재수·김기현 의혹과 관련해 늘 거론되던 인물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적폐청산에 앞장서왔지만 정권과 각을 세워온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인연, 그리고 끊이지 않는 불법감찰 논란의 책임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신임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김태우 폭로 사건’ 이후 수차례 사의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은 당초 지난 8월쯤 청와대를 떠날 계획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박 비서관을 별도로 불러 ‘권력기관 개혁을 더 챙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비서관이 청와대 참모진 중 유일한 검찰 출신이라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과의 소통을 담당해달라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은 윤 총장과도 막역한 사이였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거치며 검찰과 청와대가 대립하자 박 비서관은 주변에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및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한 ‘하명(下命)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도 이를 수용하면서 원년 멤버인 박 비서관은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 사건과 관련해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감찰을 중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19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우 수사관의 제보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브리핑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여권에선 박 비서관이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위해 진심으로 일해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비서관은 대검찰청 공안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지낸 선거법 전문 공안통검사다. 그는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 부팀장을 지냈다. 당시 팀장은 대검 중수1·지과장 등을 지낸 ‘특수통’ 윤석열 여주지청장(현 검찰총장)이었다.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수뇌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명신 신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청와대 제공

이후 박 비서관은 윤 팀장과 함께 징계에 이어 문책성 인사발령을 받아 수사 일선에서 배제됐다. 또 지방고등검찰청에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 박 비서관은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유지를 맡아오다 2016년 1월 7일 사표를 제출하고 검찰을 떠났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박 비서관은 2017년 5월 청와대에 입성했다. 결국 박 비서관은 2년7개월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박 비서관 후임은 이명신 변호사가 맡게됐다. 이 변호사는 김해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0년 판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가 2005년에 검사로 전직했다. 이후 대검찰청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팀장,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팀장,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장, 부산지검 금융·경제범죄전담부 부장검사 등을 지냈다. 2018년 4월 검찰을 나와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청와대는 당초 김봉석(52·23기) 법무법인 담박 변호사를 먼저 검토했다가 최근 이 변호사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가 김조원 현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주고 동문이라는 사실이 걸림돌이 됐다고 한다.

이 신임 비서관의 책임은 막중하다. 청와대 내 유일한 검찰 출신 비서관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함께 검찰개혁과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이어가야 한다. 우선 코앞에 닥친 유재수·김기현 의혹을 적극 해명하고 검찰 수사에 맞춰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과제가 있다. 윤 총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검찰의 속내를 파악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향후 김태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청와대 감찰 시스템을 투명하게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