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여신’ 안나 카리나 별세…“전설 잃어버렸다”

입력 2019-12-16 10:15
프랑스 영화배우 안나 카리나(좌). 뉴시스

프랑스 누벨바그 상징인 영화배우 안나 카리나가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이로써 잔 모로, 스테판 오드랑까지 프랑스 누벨바그 3대 여신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AF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카리나가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미국 영화감독이자 4번째 남편인 데니스 베리 감독 등 가족 곁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보도했다.

카리나의 사망 소식에 프랑크 리에스테르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트위터에 “오늘, 프랑스 영화계는 고아가 됐다. 또 하나의 전설을 잃어버렸다”는 글을 올려 그를 추모했다.

누벨바그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프랑스 영화 산업에 일어난 새로운 물결을 가리킨다.
향년 79세로 별세한 프랑스 영화배우 안나 카리나. 연합뉴스

18세 때 고향 덴마크에서 파리로 와 모델로 활동하던 카리나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장뤼크 고다르 감독과의 인연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누벨바그 거장인 고다르 감독이 제작한 ‘미치광이 피에로’ ‘알파빌’ ‘국외자들’ 등 7개 작품에 출연하며 고다르 감독의 뮤즈로 활약했다. 특히 1961년 고다르 감독의 ‘여자는 여자다’에 주연으로 출연한 카리나는 21살의 나이에 베를린 국제영화상에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거머쥐었다.

고다르 감독의 작품에 카리나가 모두 출연한 것은 아니다. 카리나는 누드 촬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고다르 감독의 첫 작품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인 ‘네 멋대로 해라’의 출연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카리나는 고다르 감독의 작품 외에도 자크 리베트, 조지 쿠커, 루키노 비스콘티,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 거장들과 작업해 ‘누벨바그의 여신’이란 별명을 얻었다.

카리나와 고다르 감독의 인연은 영화에서 결혼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1961년 결혼했지만 3년 뒤 이혼했다. 카리나는 지난해 3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다르를 많이 사랑했지만 함께 살기는 힘든 유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2008년 8월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프랑스 배우 안나 카리나. 연합뉴스

배우로서 명성을 떨친 카리나는 ‘함께 살자’ ‘빅토리아’ 등의 영화감독으로 활약했으며 앨범을 발매하는 등 가수로도 활동하면서 끝없이 변신을 시도해왔다. 2008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