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같아 섬뜩” 민원 나온 소방청 조형물, 결국 임시 보관

입력 2019-12-16 09:56
연합

“저승사자 같아서 섬뜩하다”는 민원을 줄곧 받아온 소방청 앞 조형물이 또 이전했다. 4년 전 국세청 앞에서 소방청 쪽으로 쫓겨왔다가 다시 자리를 옮겨야하는 신세가 됐다.

16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17동) 남서 측 대로변에 있던 문제의 조형물이 7일에 철거됐다.

이 조형물은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이름으로 금속으로 제작됐다. 2015년 인근 건물(16동)인 국세청 앞에 세워졌다. 청사관리본부는 당시 공모를 통해 총 11억여 원을 들여 조형물 6개를 설치했는데 그 중 하나다.

조형물은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량무’ 춤사위를 펼치듯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이다. 작품설명을 보면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한국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고 쓰여있다.

4년 전 국세청 앞에 있을 때부터 시민과 공무원은 “무섭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괴하게 웃는 얼굴과 옷차림이 마치 ‘저승사자’나 ‘박수 무당’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밤이나 비가 올 때는 공포감이 더 심해졌다. 조형물을 비추는 조명과 차가운 금속 재질이 만나 한결 섬뜩하게 보였다. 이를 보고 “지나가다 깜짝 놀랐다”는 민원이 지속됐다.

청사관리본부는 지난 8월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거처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세종 시내 어디에 둬도 같은 민원이 들어올 것이 뻔했다. 본부는 결국 임시 보관 조치를 결정했다. 본부 관계자는 “주민과 입주 기관 건의가 이어져 작가 동의를 받고 옮겼다”며 “다만 이전 장소가 구해지지 않아 일단 청사 내 안 보이는 곳에 뒀다가 박물관이나 미술 전시관 등 적절한 장소를 찾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