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4시간 상시 비상체제로 운영되는 국가보안 최상위 시설이다. 또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경호구역이다. 그만큼 보안이 중요한 곳이다. 직원 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불시 점검을 벌일 때마다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 직원들이 내부 문서를 원본 혹은 USB, 컴퓨터 파일 형태로 밖으로 반출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에 보안 유지가 절실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에서 휴대전화는 점검 1순위 기기다. 청와대 참모의 통화 혹은 문자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난달 공동경비구역 JSA 한국군 경비대대장인 임모 중령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가 한 언론사에 의해 포착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임 중령은 문자를 통해 동료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을 추방하는 과정을 김 차장에게 보고했다. 다만 임 중령이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배제하고 김 차장에게 해당 사실을 직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고 체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전화엔 수많은 비밀이 담겨 있다. 청와대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이유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소관 업무용 휴대전화는 총 141대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청와대 직원은 모두 490명이었다. 이 가운데 30% 가량이 개인 휴대전화 이외에 업무용 전화를 하나씩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주로 국가안보실과 국정기획상황실, 의전비서관실 등 보안이 중요한 부서 직원들에게 업무용 휴대전화가 배포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매달 업무용 휴대전화 1대당 4만2000원씩, 총 600여만원 가까이를 통신요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용 휴대전화는 개인 휴대전화에 비해 보안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직원들은 예외없이 MDM(Mobile Device Management·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해당 앱을 휴대전화에 깔면 청와대에 들어올 때 카메라와 음성녹음 기능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외부로 나갈 경우엔 해당 기능이 해제된다. 직원들이 문서나 컴퓨터 화면을 사진으로 찍거나 회의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다만 국민소통수석실 직원 일부는 언론 대응과 뉴미디어 소통을 위해 해당 앱을 깔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앱 설치 뿐 아니라 주요 회의에 참모들이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도록 아예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월부터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등에 참석자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청와대 관계자는 “애플사가 사용자 권리를 강화하면서 아이폰에 MDM 앱을 깔수 없게 됐다”며 “그래서 회의 전에 주요 참석자가 스마트폰을 회의장 밖 거치대에 두고 들어오도록 시스템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참모진 일부가 회의 중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해 분위기가 산만해진 것도 이런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배경이라고 한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엔 청와대 비서진이 대거 휴대 전화번호를 교체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회담 당시 방북한 직원들이 북측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서울의 실무진과 통화하면서 보안 문제 발생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들은 회담 기간 도중 남쪽에서 가져간 휴대전화로 서울에 남은 참모진과 통화했다. 평소 남북 간 휴대전화 통화는 불가능했지만 당시엔 회담의 중요성에 따라 북측이 일시적으로 통신망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에서 휴대전화로 방북단과 통화하면 북측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보안 우려가 적지 않았다. 북쪽의 기지국을 거쳐 전화가 가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내 전산 담당 부서인 총무비서관실은 평양 회담 이후 보안 리스크 요인을 체크했고, 향후 해당 번호를 통해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방북 직원들에게 번호 교체를 권고했다고 한다.
청와대 직원들은 감찰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등이 요구하면 언제든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4월 주영훈 경호처장이 부하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썼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소속 직원을 상대로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기록을 제출받아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경호처는 전체 490명 직원 가운데 150여명에게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의 집중 감찰이 시작되자 청와대 인근 통신사 지점들에는 통화 내역을 뽑으려는 경호처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청와대 참모들이 사용하는 해외 모바일·컴퓨터 메신저 ‘텔레그램’도 도마위에 오르는 형국이다.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메시지 암호화·삭제 기능이 탁월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하더라도 삭제된 데이터의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김태우 사태 이후 유재수·김기현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업무 내용의 사후 파악이 어려운 텔레그램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