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 소비심리’ 석 달째 상승…‘소득 증가→소비 위축’ 괴리 해소될까

입력 2019-12-15 17:23 수정 2019-12-15 18:12

OECD 韓 CCI 8월 이후 석달째 소폭 상승
교역조건 악화 ‘소비여력 확대→소비증가’ 이어지지 못해
실질 GDP 보다 실질 GNI 증가율 낮아
내년 교역조건 풀려야 경기 심리도 회복 이어질 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발표하는 한국 소비심리지수가 석 달 연속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경제 위기 우려까지 제기됐던 올해보다 내년 상황은 다소 나아진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심리 상승이 실제 소비 반등으로 이어지려면 올해 한국 경제를 힘들게 했던 ‘교역조건 악화’라는 변수가 풀려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15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는 지난달 99.90을 기록했다. CCI는 향후 6개월 내 각국의 소비자 경기를 전망한 지표다. 100 이상이면 호황, 100 이하면 침체를 뜻한다. 한국의 CCI는 지난 8월 98.89까지 추락했다. 2017년 2월(98.73) 이후 최저치였다.

한국의 CCI는 지난 9월 99.13으로 상승 반전한 뒤 10월 99.49를 찍었다. 지난달까지 포함해 3개월째 완연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도 비슷하다. 한은이 내놓은 지난달 CCSI는 100.9로 기준점(100)을 넘어섰다. 지난 8월 92.5로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석 달째 상승했다.

소비심리가 녹는 배경에는 ‘내년 기대감’이 있다. 올해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28만1000명이다. 노인 일자리 증가 등의 한계가 있지만, 규모는 지난해의 3배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현금성 복지 정책 등으로 가구 소득도 조금 늘었다. 그런데도 일자리 증가, 소득 상승은 소비로 전혀 연결되지 못했다.


연결고리를 끊은 건 교역조건 악화다. 성장동력인 수출이 부진을 겪으며 침체가 왔다. 최근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실질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은 건 교역조건의 악화를 보여준다. GDP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이 우리 영토에서 한 생산활동의 총합이다. GNI는 영토가 아닌 자국민이 기준이다. 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얻은 소득을 포함하고, 우리 영토에서 번 외국인 소득을 뺀다.

올해 실질 GDP 증가율은 약 2%(전년 대비)로 추산되지만, 실질 GNI 증가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조건 악화로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얻은 소득은 적은데, 외국인이 가져간 소득은 많다는 의미다. 수출품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데, 수입품은 비싸게 들어온다는 뜻이다.

결국 교역조건 악화가 풀려야 본격적인 경제심리 회복의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반도체 물량·가격 회복에 기대를 건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경기의 회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큰 폭의 회복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중 무역갈등 진정, 반도체 회복 등 심리를 위축시킨 교역조건 악화가 내년에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아직 경기의 상승과 하락 폭은 크지 않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