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밀쳐놓고…” 극우매체 비난에 의도 명확히 적은 툰베리

입력 2019-12-15 16:47
AP뉴시스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영어 연설 표현이 논란이 되자 발언 취지를 명확히 설명하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환경운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툰베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촉구 집회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여전히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며 “그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벽에 밀쳐놓고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기부변화와 관련한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뒤 한 말이다.

여기서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put them against the wall)”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곧 닥칠 기후변화 위기를 외면하는 세계 정상들에게 명확한 대책을 내놓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려는 의도는 받아들여졌으나 극우성향 인사들은 ‘폭력적’이라고 주장하며 표현을 걸고 넘어졌다.

발단은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가 14일 보도한 기사에서 시작됐다. 이 매체는 툰베리의 표현이 젊은 혁명가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폭력을 옹호하는 은어’라고 주장했다. 툰베리가 쿠바 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여기다 툰베리에게 진정정이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집회 당일 툰베리가 입고 있던 노란색 우비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기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기반으로 전세계로 공유됐다.

툰베리는 곧장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세계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촉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건 스웨덴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긴 표현(swenglish)으로 ‘누군가를 벽에 밀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누군가 이 말을 오해했다면 사과한다. 나 자신을 비롯해 학교 파업 운동은 그 어떤 형태의 폭력에도 반대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말한다”고 강조했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툰베리의 노력이 알려지고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그를 옹호하는 단체가 생겨났다. 이들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으로 명명하고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툰베리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무책임한 어른들을 질책하는 연설을 해 세계적인 찬사를 얻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