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케이블·알뜰폰 ‘1위’ CJ헬로 품고 “제2 도약 이룬다”

입력 2019-12-15 15:57

IPTV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 CJ헬로를 인수하게 됐다. 정부는 승인 과정에서 최대 관건이었던 ‘알뜰폰 분리 매각’ 대신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지원과 활성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우려보다 침체된 알뜰폰 시장을 살리는 것에 더 큰 실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가 신청한 CJ헬로 주식취득 인가(전기통신사업법)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방송법)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이번 인수 건은 이로써 정부 심사가 모두 끝났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결정한 지 10개월 만이다.

과기정통부는 CJ헬로의 사업 분야를 통신 분야(알뜰폰·초고속인터넷)와 방송 분야(케이블TV)로 나눠 심사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으로 인한 경쟁저해 등의 정도가 인가를 불허할 정도로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로 위기감이 가중되는 방송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정체된 시장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CJ헬로는 404만명이 넘는 유료방송 가입자, 76만명 이상의 알뜰폰 가입자를 확보한 케이블TV‧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다. 이를 넘겨받은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4.8%를 가져가게 됨으로써 KT에 이은 2위 자리를 확보하게 됐다. 알뜰폰 시장에서는 점유율 15%로 선두에 오른다.

과기정통부는 인수 과정에서 실현 여부를 두고 초미의 관심사였던 ‘알뜰폰 분리매각’ 대신 알뜰폰 활성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수를 앞두고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통사의 시장 장악으로 경쟁여건이 악화되고 이통사에 대한 견제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조건에는 알뜰폰 시장의 경쟁여건을 개선하고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도매제공 대상 확대, 데이터 선구매 할인제공, 다회선 할인 및 결합상품 동등제공 등이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출시하는 주요 5G·LTE 요금제(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제외)는 모두 도매대가를 인하해 알뜰폰 업체에 제공하도록 했다. 이 경우 알뜰폰 사업자는 3~4만원대에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인수로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온 ‘1 통신사 1 알뜰폰’ 원칙이 깨지면서 SK텔레콤과 KT도 알뜰폰 사업자를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수 케이블TV 사업자가 뛰어든 알뜰폰 시장이 이통3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알뜰폰 자회사 합산 점유율 50%를 넘기지 않는 상한선은 정책적으로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인수 성사로 고무된 분위기다. 하현회 부회장은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LG그룹 통신 사업 역사에서 제 2의 도약을 이루겠다”며 “요구 사항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당장 내년 초 이동전화와 CJ헬로 인터넷 결합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스마트TV, PC 등 가전 렌탈 상품,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등 방송·통신 상품을 결합한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는다.

LG유플러스는 24일 CJ헬로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LG 헬로비전’으로 변경, 송구영 신임 대표를 비롯한 사내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주주총회 이후 LG유플러스가 CJ ENM에 총 금액 8000억원 중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을 지급하면 인수 절차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