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인 이주노동자들 “죽으러 오지 않았다… 자유 달라”

입력 2019-12-15 15:26 수정 2019-12-15 15:29
지난 10월 2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업장이동의 자유 보장 및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사흘 앞두고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은 15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건물 앞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문화제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를 개최했다. 오는 18일인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20주년을 맞이한 행사다.

이날 집회에는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하라” “더이상 죽이지 마라, 노동안전 보장하라”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하고 합법화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부산과 대구 등지에서도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모든 제도는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며 “이 때문에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 있어 이주노동자들은 갈수록 노예가 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장 안전문제로 생명도 위협당하고 있다”며 “산업 재해로 죽어가는 이주노동자가 한해 100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주공동행동 등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71명에서 지난해 13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1∼6월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약 10%(465명 중 42명)가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은 “유엔이 정한 ‘모든 이주노동자 및 그 가족의 권리보호 협약’은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차별과 착취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은 현장이 위험해도 사업장을 쉽게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산재사망이 잇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노조에 따르면 지난 4일 평택포승공단 자동차 부품 제조 공단에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기계에 머리에 끼어 사망하고, 지난 10일 네팔 노동자가 대전 금속제조공장에서 철판에 깔려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고용주의 근로계약 해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현행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건 한마디로 현대판 노예제도”라며 “국내 이주민 수가 240만명이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주공동행동 관계자는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당일인 오는 18일은 평일이라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해야 해서 따로 행사를 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