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조 회장의 ‘일류 신한’ 전략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일류 신한은 디지털 전환으로 빠르게 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고, 고객·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신한금융지주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일류 신한과 연계된 제2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자회사 경영진 인사와 나빠지는 금융 환경은 조 회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조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마친 자리에서 향후 일류 신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차별화된 성장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는 고객·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탄탄한 기초체력을 기르고 미래인재 확보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일류 신한’ 전략은 제2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0스마트 프로젝트는 2017년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초임한 당시 지주를 아시아의 리딩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며 제시한 전략이다. 특정 회사나 지역·영역에 치우치지 않은 조화로운 성장,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 디지털 전환, 신한 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 등 4개 가치가 주요 축이다. 조 회장은 “이사회에 이미 차기 3년간 그룹을 이끌 구체적인 전략을 이미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5일 “내년 1월 열릴 신한경영포럼에서 조 회장의 경영 전략 청사진이 자세하게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당면한 과제로는 경영진 인사가 꼽힌다. 오는 19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열릴 계획이다. 자경위는 조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부문장, 부사장, 부행장 등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달 말과 내년 2월,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 등이다.
금융권의 공통 과제인 ‘신 성장 동력 확보’ 문제도 시급하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자수익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재임 기간 중 비은행 부문과 글로벌 수익에서 실적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지만 금융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오픈뱅킹으로 금융사 사이에 놓여있던 장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조 회장은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전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움직여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조 회장은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1심 판결은 다음 달 중으로 예정돼 있다. 조 회장은 “1년 동안 재판에 성실히 임했고 충분히 소명을 다했다”며 1심 유죄가 나와도 회장직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엔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