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베토벤의 미완 10번 교향곡 완성한다

입력 2019-12-15 14:49 수정 2019-12-15 16:15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페스티벌을 시작한 독일 본에 베토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EPA연합뉴스

‘음악의 거성’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인 2020년을 맞아 인공지능(AI)으로 베토벤의 미완 10번 교향곡을 완성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AFP통신 등은 14일(현지시간) 독일 통신업체 도이치 텔레콤의 지원 아래 음악학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머신러닝(기계학습) 소프트웨어에게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배우게 한 뒤 베토벤의 스타일에 따라 10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내년 4월 28일 베토벤의 고행인 독일 본에서 오케스트라가 정식 연주할 예정이다. 본에서는 베토벤의 탄생일인 오는 19일을 앞두고 지난 13일부터 대대적인 베토벤 페스티벌이 시작돼 내년까지 이어진다.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은 미완성 교향곡으로 남아 있다. 단편적인 스케치 수준의 관현악 악보 800여장만 남아 있을 뿐 본격적인 작곡이 시작되기 전에 베토벤이 57세 나이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토벤의 지인들이 “10번 교향곡의 1악장을 피아노로 들었다”는 등의 기록을 남겼지만 스케치 원본조차 사라져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다.

그러다가 베토벤 전문가로 유명한 영국 음악학자 베리 쿠퍼가 1983년 독일 베를린 국립프러시아문화재단 도서관에서 스케치 악보들을 발견하면서 연구가 급진전됐다. 쿠퍼는 스케치 악보에서 뽑아낸 250마디를 바탕으로 베토벤의 관현악법을 참조해 5년간의 재구성 작업 끝에 1악장을 완성했다. 쿠퍼가 복원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 1악장은 1988년 초연되 이후 음반이나 연주 등을 통해 여러 나라에도 알려졌다. 다만 결과물에 대해 음악계에서는 ‘진정한 복원이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쿠퍼는 “베토벤이 살았다면 훨씬 뛰어난 음악을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내가 복원한 것은 베토벤의 음악이 어땠을지 짐작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의 이번 작업은 쿠퍼의 작업과는 완전히 별개다. 또한 베토벤의 작품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팀은 “AI가 몇 달 전 처음으로 교향곡을 만들어냈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반복적이었다”면서도 “AI는 학습을 통해 이런 부분을 고쳐 조만간 최종 왁보를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에 있는 베토벤하우스의 크리스티네 지게르트 소장은 “컴퓨터가 배울 것이 더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은 인상적”이라면서 “베토벤도 당대 음악계의 혁신가였기 때문에 AI가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는 것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토벤의 10번 교향곡 1악장을 복원했던 쿠퍼는 AI의 작곡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창작된 곡의 일부를 들었는데 베토벤이 의도한 바를 설득력 있게 재구성한 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추가적인 작업으로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I를 통해 유명 작곡가들의 미완 작품을 완성시키거나 해당 작곡가 스타일의 작품을 만드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구글이나 화웨이 등의 기술팀이 음악학자들과 손잡고 바흐, 말러, 슈베르트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는 올 2월 1·2악장만 남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8번 교향곡 ‘미완성’의 3·4악장이 올해 발표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AI가 작곡한 작품들에 대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AI의 베토벤 10번 교향곡 작곡 프로젝트 기술팀을 이끄는 마티아스 로더는 “AI로 제작된 작품은 앞으로도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매우 짧은 시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습득한다”면서 “사람들은 첫 결과물에 대해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AI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앞으로 매우 놀라운 결과물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