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리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 선생이 1939년부터 성북구 종암동에 거주하며 대표작 ‘청포도’를 발표한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종암로에 복합문화공간 ‘문화공간 이육사’를 조성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순국한 이육사 선생의 유고 시 ‘광야’가 처음으로 세상에 발표된 17일에 맞춰 개관식을 진행한다. 아울러 개관 기념 특별전 ‘식민지에서 길을 잃다, 문학으로 길을 찾다’도 개막한다. 18일 오후 5시부터는 이육사 선생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의 특강이 열린다.
‘문화공간 이육사’는 지역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운영한다. 이육사 선생을 기념하는 전시실과 지역 내 문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지역문화를 가꾸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층 ‘청포도 라운지’에는 주민 간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한쪽에는 도서 열람이 가능한 휴게실도 마련했다. ‘광야 상설전시실’은 자료와 영상을 통해 이육사 선생의 활동과 작품을 접할 수 있으며 유고시 ‘광야’가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3층 ‘교목 기획전시실 및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연 2회 기획전시를 개최하고 평소에는 시민강좌, 영화 상영, 문화행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절정 옥상정원’은 이육사 선생의 친필을 집자한 기념조형물로 포토존을 만들어 의미를 더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15일 “한용운 선생의 유택인 성북동 심우장에 비해 이육사 선생의 종암동 집은 아는 이가 적어 안타까워하는 성북구민이 많았는데 ‘문화공간 이육사’가 선생을 기리고 알리는 뜻 깊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