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란 의미의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를 빗댄 표현으로 전국의 대학 교수 347명의 선택을 받았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벌여 15일 발표했다. 이 신문은 2001년부터 교수를 대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사자성어인 공명지조는 머리 둘 달린 새란 뜻으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질투심을 가졌다. 이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 모두 죽게됐다는 얘기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공명지조의 뒤를 이어 ‘어목혼주’(魚目混珠)가 두 번째로 많은 300명(29%)의 선택을 받았다. ‘어목’(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과)는 “올해 우리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누가 뭐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라며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유선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와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가 각각 추천한 ‘반근착절’(盤根錯節)과 ‘지난이행’(知難而行)은 사회개혁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반근착절은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이유선 교수는 “정부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내년에는 그 뿌리를 일부라도 제거하길 국민들은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호근 교수는 “설사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더라도 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