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북핵 협상의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둔 시점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북미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에는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 앨리슨 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동행한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 카운터파트너들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한 조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16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국무부 부장관에 임명될 경우 카운터파트너가 되는 조세영 1차관 예방, 김연철 통일부 장관 주재 오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방한 기간 중 판문점을 통해 북측과 접촉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접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비건 대표는 북측과 회동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약식 회견 형식으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에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단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중대한 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크리스마스(25일) 전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17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8주년이고, 20일 전후에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직접 북측을 만나 친서 전달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