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단계 무역합의”… 무역전쟁 멈췄지만 ‘난제’ 여전

입력 2019-12-13 17:06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 약 1년6개월 만에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신규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무역전쟁 이후 경제성장률이 최저로 떨어진 시진핑 중국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일시적 봉합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향후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합의안에는 미국이 오는 15일부터 약 1600억달러(약 187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할 예정이던 15% 관세를 보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미국이 기존에 부과했던 약 3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15~25%)도 최대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내년에 미국산 농산물 5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1단계 무역합의 달성’ 발표 때 언급한 400~500억 달러와 비슷하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와 금융서비스시장 개방 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경제 수석 보좌관들과 미·중 무역합의안을 검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중국과의 빅딜(BIG DEAL)에 매우(VERY) 가까워지고 있다”며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공식 합의안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13일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다다르기 직전에 성사됐다. 미국이 예정대로 15일 0시부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추가하면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은 현재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규모에 25%, 1110억 달러 규모에 15% 관세를 매기고 있다.

무역합의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으로 핵심 지지층인 팜벨트(Farm Belt·농업지대)에 어필할 수 있다. 지난달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켄터키에서 민주당에 주지사 자리를 내줘 민심 이반이 가시화되던 차였다. 또 중국산 디지털 기기에 관세를 보류하면서 소비 위축 우려도 덜었다. NYT는 “중국과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 홍보거리를 줬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합의가 절실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저인 6%로 떨어졌다.

다만 민감한 쟁점에 대한 합의는 빠져 언제든 확전이 가능하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제’ ‘국영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 ‘환율조작’ 등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중단을 촉구해왔다. 이는 2·3단계 합의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은 또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냅 백(snap back)’ 조항도 합의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