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매우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PM2.5)가 발생하는 날이 점차 늘고 있다는 국가 통계가 나왔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인 76㎍/㎥를 넘는 날이 하루도 없었지만 2017년 3일, 지난해 2일, 올해 9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은 13일 ‘2019 한국의 사회동향’을 발표하고 2015년 이후 서울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76㎍/㎥를 넘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는 농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고 있다.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78~95㎍/㎥, 지난해 83~88㎍/㎥였으나 올해는 100㎍/㎥을 넘는 날이 4일이나 됐다. 올 들어 가장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135.28㎍/㎥였다.
통계청은 ‘매우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 발생이 늘어나는 이유를 바람으로 설명했다. 한반도 주변의 풍속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면서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 줄어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대기환경 조건이 과거보다 더 많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수도권 등의 하늘을 뿌옇게 만든 고농도 미세먼지가 오후 바람이 불면서 순식간에 사라진데서 알 수 있듯 바람은 미세먼지 발생에 중요한 변수다.
초미세먼지 발생일수 증가는 사람들의 미세먼지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2001년 60㎍/㎥대 수준에서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40㎍/㎥대까지 떨어졌다.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도 2015년 약 26㎍/㎥에서 지난해 약 23㎍/㎥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미세먼지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0% 이상은 미세먼지 농도가 10년 전 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반적인 미세먼지 감소보다 ‘살인적’ 수준의 미세먼지 빈도 증가가 국민 인식에 더 강렬한 인상과 기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로 교통 수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경우 휘발유 및 LPG 차량은 미세먼지를 직접 배출하지 않지만 경유 차량은 2012년 이후 차량은 ㎞당 0.005g을, 2009~2011년 차량은 ㎞당 0.025g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다른 물질과 결합해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질소산화물(NOx)은 2009년까지 감소하다가 그 이후로는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008년 42만8204t에서 2016년 45만2995t으로 5.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도로주행 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경유차(0.560g/㎞)가 휘발유차(0.020g/㎞)보다 약 28배 더 많이 배출했다.
통계청은 “경유 차량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등을 더 많이 배출하는 만큼 미세먼지 저감 정책으로 노후 경유차 감소와 친환경차 증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의 경유 차량은 모두 997만여대로 전체 차량의 42.5%를 차지한다. 하지만 화물차(93.5%)와 승합차(84.9%)에선 경유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