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집광부에서 채집된 태양광이 쏟아져 내리는 지하정원에 유자나무, 금귤나무, 레몬나무 등 과실수를 포함한 37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정원 둘레에는 사람들이 앉아 담소를 나눈다. 정원 양옆에는 청년들이 손수 만든 공예품을 파는 플리마켓과 대형서점이 있어 쇼핑과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북측 지하공간이 혁신적인 자연채광 제어기술을 적용해 시민들에게 햇빛과 푸르름을 선사하는 도심 속 지하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종로타워 지하2층)으로 이어지는 지하보도에 ‘종각역 태양의 정원’을 조성해 13일 개장식을 가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장식에는 많은 시민들이 운집해 ‘도심 속 핫 플레이스’를 예감케 했다.
자연채광 제어기술은 지상의 햇빛을 원격 집광부를 통해 고밀도로 모아 특수 제작된 렌즈에 통과시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지하 공간까지 전달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지상에 설치되는 8개의 집광부 장치는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 궤도를 추적해 효율적으로 태양광을 모을 수 있으며, 투명한 기둥으로 태양광이 전송되는 과정을 시민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태양의 정원은 단순한 녹지공간에서 벗어나 계단을 객석으로 리모델링하여 자연채광과 식물의 싱그러움 속에 각종 교양강좌나 소규모 공연이 가능하도록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특히 종로청년숲 등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홍보, 판로, 교육, 지원사업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태양의 정원에서는 한파나 미세먼지 등 외부 기상여건과 상관없이 지하에서 자연 그대로의 태양광을 느낄 수 있으며, 날씨가 흐린 날엔 자동으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전환돼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한 조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증가하는 도심 속 유휴공간에 대해 도시재생 관점에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으며 노후된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으로 변모시킨 ‘서울로 7017’에 이어 2018년 종각역 지하 유휴공간에 지하정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 8~9월 종각역 지하공간 이름에 대한 시민 공모전을 통해 ‘종각역 태양의 정원’을 공식 명칭으로 선정했다.
박 시장이 지하정원을 구상하게 된 것은 지난 2016년 뉴욕 순방 당시 지하공간을 재생하기 위한 ‘로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박 시장은 로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제임스 램지(라드 스튜디오) 건축가의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지하정원을 만드는데 필요한 태양광 채광기술은 한영 합작 벤처기업인 선포탈이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울에 지하정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됐고 마침내 종각역 태양의 정원으로 실현됐다. 실제로 종각역 태양의 정원 기본구상 용역에는 제임스 램지 건축가도 참여했으며 선포탈이 설계 및 공사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박 시장은 “특별한 쓰임없이 비어 있던 공간, 그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 역할에 불과했던 곳이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지상의 태양광을 끌어들여 나무가 자라고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며 “종각역 태양의 정원은 혁신기술의 테스트베드이자 서울의 지하 유휴공간 재생에 대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