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외선전매체가 13일 외교부가 최근 발간한 ‘2019 외교백서’에 대해 “북남(남북)관계, 조·미(북·미)관계에서 일어난 극적인 사변들이 어떻게 마련되었는지도 모르는 철면피한 궤변,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의 치적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재창 강조 중인 북한이 남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 하는 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교백서에서 남조선 당국은 저들의 주도적 노력에 의해 조선반도 긴장완화와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된 것처럼 사실을 오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련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진전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남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지난해 우리의 통 큰 결단과 주동적인 조치에 의해 전쟁 위기로 치닫던 조선반도 정세는 극적으로 완화됐다”며 “남조선 당국은 미국에 발목이 묶여 북남합의를 어느 한 조항도 이행한 것이 없는 주제에 (그렇게) 광고하기가 창피하지도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매체는 “북남관계가 험악한 지경에 빠져들게 된 것은 전적으로 동족대결과 외세의존에 매달려 온 남조선 당국 때문”이라며 “외세와의 합동군사훈련과 첨단무장장비도입 등 적대행위에 끊임없이 매달려 좋게 흐르던 정세를 험악하게 만들어 놓은 장본인들이 죄의식은 커녕 그 무슨 치적 자랑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역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대북 제재로 남북 경제협력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없고 한·미 연합훈련,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이 이어진 것에 대한 불만을 북한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교부는 문재인정부 2년 차인 2018년 한 해 동안의 국제정세와 한국 외교정책 및 활동을 정리한 백서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정부가 남·북·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 대화를 통해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 향후 협상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남한의 외교백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건 남북 관계 경색 회복보다는 강경 태도 유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