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간판 예능이자 10여년간 ‘국민 예능’으로 군림했던 ‘1박2일’ 시즌4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지난 6일 돌아오자마자 거둔 시청률은 무려 15.7%(닐슨코리아). KBS가 또 다른 인기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편성을 옮길 정도로 공들여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배치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1박2일이 지난 오랜 시간 주말 예능 최강자로 군림했던 게 그저 우연은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는 기록인 셈이다.
시작 전엔 기대보다 회의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1박2일은 지난 3월 막내 멤버 가수 정준영이 집단 성폭행과 불법촬영 혐의 등으로 경찰에 넘겨지며 심대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했다. 무엇보다 시즌3를 이끌었던 김성 PD 등 제작진 대부분이 타 방송사로 이적하면서 프로그램은 2007년 시즌1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데이터베이스 없이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다.
첫 회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에 충분했다. 김종민을 제외하고 연정훈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가 전원 교체됐는데, 시즌4에 새로 투입된 방글이 PD 등 제작진은 자신들이 1박2일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1박2일의 상징과도 같은 ‘복불복’ 게임이 첫 회 전면에 등장했건 건 이런 맥락이다. 방 PD는 멤버들이 여행지로 가는 이동수단을 택하는 방법으로 ‘까메리카노’(까나리액젓과 아메리카노를 섞어 만든 음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멤버들은 차량 렌트비를 벌기 위해 아메리카노 사이에 섞인 까메리카노 연거푸 마시면서 웃음을 안겼다. 여기에 이전 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시그널송과 자막, 비슷한 편집 등이 겹쳐지면서 1박2일은 시청자들의 향수를 내내 자극했다.
그렇다고 시즌4가 이전의 화제성에 그저 숟가락만 얹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복불복과 그 이전에 등장한 낙오 미션 등에서 이전 시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게임들로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읽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온고지신’인 셈인데, 이 같은 익숙함 속 새로움이 많은 시청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식상하다는 평도 적지 않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게임들로 시선을 붙드는 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건 멤버들의 합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팀워크를 바탕으로 멤버들이 티격태격하며 만들어내는 웃음이야말로 복불복보다 1박2일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어서다.
첫 회를 보면 멤버들의 열정은 충분해 보인다. 중요한 건 제작진의 노력이다. 예능 초심자에 가까운 새 멤버들이 적응을 넘어 프로그램에 녹아들 수 있는 여건을 계속해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방 PD는 “많은 멤버들이 예능 왕초보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 포인트도 다양하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