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배상금 142억원 횡령 혐의 최인호 변호사, 무죄 확정

입력 2019-12-13 09:44 수정 2019-12-13 16:00

대구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주민들의 지연이자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최인호 변호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최 변호사는 2004년 대구 북부 주민 1만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공군 전투기 비행장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을 맡아 2011년 승소를 확정받은 뒤 국방부로부터 배상금 362억원을 송금받았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초반 지연이자의 15%만 받기로 해놓고는 소송이 6년 넘게 진행되면서 지연이자가 크게 늘자, 주민들이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정을 이용해 지연이자 전부를 빼돌렸다고 봤다. 또 이같은 사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지연이자가 성공보수에 포함되는 것처럼 약정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변조)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최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문제가 된다고 보고 기소한 소송 4건의 대표약정서는 사본뿐이고 개별약정서도 존재하지 않은 점, 또 당시 대리했던 소송 25건 중 4건의 개별약정서에는 지연이자 전부를 성공보수로 한다는 조건이 담긴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1심과 2심은 “지연이자를 횡령하고 숨기기 위해 약정서를 변경했다고 의심할 부분이 있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변호사는 집단소송을 대리하면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뒤 허위 장부를 만들어 세금 34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