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너무 얼어붙었다. 보름 가까이 거래가 뚝 끊겼다.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계약을 서두르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 이어 외국인 시장에도 관심도에서 밀린 FA시장이다.
지난달 4일 FA 권리 행사에 나선 선수는 모두 19명이었다. 이 가운데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단 3명이다.
키움 히어로즈 포수 이지영(33)이 지난달 13일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원의 잔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같은 달 19일에는 KT 위즈 유한준(38)이 계약 기간 2년, 총액 20억원에 잔류 결정을 내렸다. 또 같은 달 27일에는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정우람(34)이 계약 기간 4년, 총액 39억원에 잔류했다. 보름 넘게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올 시즌 FA시장에서 4인방으로 분류되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33),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29), KIA 타이거즈 2루수 안치홍(29)과 같은 팀 김선빈(30) 모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50억원을 넘기 힘든 금액, 포지션 변동 요구, 4년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 기간 등이 걸림돌이다. 나머지 10여명의 경우도 마찬가지 형국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FA 계약 규모 흐름이 시장 예상과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예상 금액보다 제시 금액이 상당히 적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선수와 줄다리기를 하기 보다는 곧바로 일정 금액을 제시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협상을 계속한다고 해서 더 좋은 조건이 나오기가 힘든 구조다. 외부적으론 최대한 존중을 말하고 있지만 FA선수가 이적한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다는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구단이 FA 선수들을 냉정하게 평가해 금액을 정하는 것은 올바르다. 이른바 ‘먹튀’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전제 조건이 어그러졌다. FA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단이 계속 칼자루를 쥐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FA 등급제에 대해선 KBO와 프로야구선수협회가 공감대를 이뤘다. C등급 선수의 경우 보상선수를 없앤 것은 긍정적이다.그러나 보상제도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더 확대해야 한다. 샐러리캡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보상제도 철폐 또는 완화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선수들이 생애 처음 맞게 되는 FA의 기쁨을 누리긴 쉽지 않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