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춘재 8차 사건, 국과수 감정 조작”… 경찰 “조사 중”

입력 2019-12-12 21:18 수정 2019-12-13 04:30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선 검찰이 12일 이례적으로 “오보 대응 및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건임을 고려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알린다”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표했다. 이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의연하게 조사를 벌여 결과로써 말하겠다”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수원지검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검찰은 1989년 수사당시 윤모(52)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작성의 음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가 실제 감정을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감정결과와는(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가) 전혀 다르게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어 “향후 검찰은 누가 어떠한 경위로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했는지 등 모든 진상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춘재 8차 사건에 대해 한창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에 대해 전격적으로 직접 조사를 결정한 검찰에 대해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과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효과를 보이는 모양새다.

나아가 이번 검찰 조사에서 국과수의 감정서 조작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대 과학수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으며, 국과수 감정 결과를 유·무죄 판단의 유력한 근거로 내세워 온 사법체계의 근간까지도 흔들릴 수 있는 메가톤급이 됐다.

앞서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은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에 대한 분석 결과가 시기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다산 측은 이춘재 8차 사건 이후 윤씨가 경찰에 연행되기 전·후 시점에서의 범인 체모 분석 결과를 볼 때 감정서 조작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했다.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되자 윤씨를 포함해 여러 수사 대상자들의 체모를 건네받아 검사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이어 이듬해 7월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검거하면서 체모의 중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다산은 지난 4일 검찰에 낸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의 감정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두 체모가 동일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담 수사팀을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금 흔들림없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지금은 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조사를 마치는대로 결과를 낱낱이 발표하겠다”고 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