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소녀가 최근 초등학생 육상대회 달리기 종목에서 ‘신발 없이’ 3관왕을 차지했다.
필리핀 현지 언론 GMA뉴스는 필리핀 스포츠 협의회 주최의 초등학생 육상대회 400m, 800m, 1500m 달리기 종목에서 초등생 리아(11)가 모두 1등을 휩쓸었다고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아는 운동화를 신지 않고 발 전체에 붕대를 감은 채 경기에 참가했다. 운동화를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아 붕대로 발을 보호한 것이었다. 리아를 담당하는 학교 감독이 지난 9일 아이의 발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사연이 알려졌다.
공개된 사진에서 리아는 경기 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달리기 대회에 참석했지만 신발은 신고 있지 않았다. 대신 리아의 발에는 황토색 붕대가 운동화처럼 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붕대 위에는 신발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여러 번에 걸친 경기 참가에 이미 붕대 곳곳에 때가 탄 상태였다.
감독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새로운 스파이크 슈즈(미끄럼 방지를 위해 바닥에 뾰족한 징이나 못을 박은 운동화) 디자인. 메이드 인 필리핀. 나이키”이라고 간단하게 적었다. 그러면서 리아가 경기 세 종목에서 모두 우승했음을 함께 전했다. 리아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후원을 요청한 건 아니었다.
리아의 발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도 값진 노력의 결과를 일군 어린 소녀에게 운동화 선물을 보내고 싶다” 등 응원 댓글을 달았다. 필리핀계 미국인 농구 코치이자 은퇴한 프로 농구선수인 제프리 카리아소는 이 소식을 접하고는 SNS에 “리아와 연락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얼마 뒤 “리아와 연락이 닿았다”는 글을 올린 카리아소는 “필리핀 농구 협회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에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감사하다”며 “리아는 여전히 열심히 훈련 중이며, 나날이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