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유죄 판단은 ‘피해자 일관된 진술’이 갈랐다

입력 2019-12-12 17:11 수정 2019-12-12 18:01

2017년 11월 26일 사건은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벌어졌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 남성 A씨와 여성 B씨가 각자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온 A씨가 화장실을 다녀온 B씨의 옆을 지나갔다. 이때 A씨는 뒤돌아있던 B씨의 엉덩이 부위를 움켜쥐었다. 매우 짧은 순간이었다. B씨는 곧바로 몸을 돌려 “왜 엉덩이를 만지느냐”고 따졌다. A씨는 추행을 부인했다. B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렀고,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명 ‘곰탕집 성추행’으로 불린 이 사건은 A씨의 아내가 1심 유죄 판결 후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며 사회적 논란이 됐다. A씨의 아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편이 여성과 부딪혔는데 경찰을 불렀다” “우리나라 법은 성적인 문제에서 남자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직접 증거가 없는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남편이 성범죄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무거운 양형은 논쟁을 더했다. 검찰은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해당 청원은 30만명이 훌쩍 넘는 지지를 받았다. 식당 CCTV까지 인터넷에 공개됐고, 실제 추행 여부와 함께 양형의 적절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내용, A씨가 보인 언동, 범행 후의 과정 등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그 내용이 자연스럽고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사건 직후 많은 남성들 앞에서 A씨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것을 바로 항의했는데, 피해자의 반응에 비추어 보더라도 A씨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손이 스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CTV에는 A씨가 엉덩이를 만지는 명확한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 2심 공판 과정에서 법정에 선 영상전문 분석가는 “A씨가 출입문에 서 있다가 뒤돌아서 피해자와 지나치는 시간은 1.333초 정도”라고 말했다. 또다른 영상전문가는 “신체 일부가 닿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직접 신체를 만지는 장면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유무죄 판단을 가른 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었다. 2심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A씨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지만 A씨는 처음에 ‘어깨만 부딪혔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경찰 조사에서 ‘신체접촉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CCTV에도 A씨가 출입구를 보면서 뒷짐을 지고 서 있다가 돌아서는 장면, A씨의 오른쪽 팔이 피해자 쪽으로 향하는 장면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피해자 진술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12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원심 판단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