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주일째 총파업…마크롱, 예정대로 연금 개혁 추진

입력 2019-12-12 16:56 수정 2019-12-12 16:58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연금 개혁안의 전모를 공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1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파업에도 불구하고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프랑스 노동계는 또다시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연금 개혁안의 전모를 공개했다. 공무원, 예술가, 회사원, 교원 등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복잡다단한 연금체계를 단일 연금으로 전환하고, 수급액 산정 시 최고급여 기간의 평균을 내는 방식 대신 포인트제를 도입한다는 기존 계획의 틀은 그대로다. 즉 현재 수준의 연금을 받으려면 좀더 오랜 기간 현역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리프 총리는 “새로운 연급 체제가 공정하다고 믿으며, 이 개혁을 완수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세부 개혁안에서 프랑스 정부도 일부 양보한 모습이다. 1975년 이후 출생자부터 새로운 연금 체계를 적용하고 법적 퇴직연령 62세를 유지하는 대신 온전한 연금은 64세부터 수령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밤 근무자나 간호사 등 힘든 일에 종사하거나 18세 이전에 일을 시작한 이들은 62세부터 퇴직해도 온전한 연금 수령이 가능하며, 군인·경찰·소방관·교도관 등 특수 공무원은 지금처럼 일찍 퇴직해도 현재와 비슷한 연금을 수령하도록 했다. 필리프 총리는 “우리는 세대 간의 새로운 약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개혁은 전투가 아니기에 정부는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편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재 추진중인 경제·노동개혁의 핵심이다. 노동인구는 감소하는데 비해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급액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연금 적자 때문에 총 사회보장 수지 적자규모가 연간 100억유로(약 12조원)를 넘어선지 10년이 넘었다. 2025년까지 연기금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70억 유로(22조5000억원 상당)까지 불어난다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10일(현지시간)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일부터 파업이 시작됐으며 10일는 전국 단위의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전임 정부들 역시 연금 개혁을 시도했지만 대규모 총파업을 견디지 못해 계획을 철회했다. 그나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때인 2010년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법안을 겨우 통과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연금개혁을 시도했던 전임 정부들이 겪은 레임덕을 모를리 없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노동계 역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지난 5일 시작된 총파업은 수도권을 비롯해 프랑스의 교통망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현재 전체 열차 노선의 80%가량이 취소됐고, 수도 파리는 버스·지하철·트램 등의 운행을 담당하는 대중교통공사(RATP)의 파업으로 대중교통이 실질적으로 올스톱됐다. 그리고 교통 마비 때문에 각급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고, 회사는 재택근무나 휴가를 권고하고 있다. 정유 노조까지 새롭게 파업에 가세해 석유 공급망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 파업은 1995년 총파업 이후 프랑스에서 약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파업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노동계는 필리프 총리의 담화에 반발해 오는 17일 세 번째 총파업과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총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총동맹(CGT)과 전국자치노조연맹(UNSA)가 강경한 입장이어서 파업의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총파업 사태는 마크롱 정부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은 의회에서 집권 여당(중도)뿐 아니라 공화당 등 우파진영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서 개편안의 의회 통과는 무난해 보인다. 프랑스 정부가 시간이 흐를수록 파업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커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