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단체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참수(斬首) 경연대회’를 13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 것을 예고하면서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집회는 보장하겠지만 불법행위가 벌어질 경우 적극 사법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해당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국민주권연대 측에 12일 집회 제한통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와 청년당은 13일 오후 4시 미 대사관 인근인 광화문 KT 앞에서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를 하겠다고 지난 10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회시위법과 유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참수형 등 과격 퍼포먼스를 비롯해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성 표현 등 대사관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막겠다고 밝혔다. 인화물질을 휴대하거나 불을 놓는 행위, 철봉이나 돌덩이 총포 등 위협이 되는 물품을 소지하는 행위도 제한 대상이다. 신고장소를 벗어나 미 대사관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거나 불순물을 투척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단체는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에서 해리스 대사를 ‘내정간섭 총독 행세’를 한다고 비난하고 ‘문재인 종북좌파 발언’ ‘주한미군지원금 5배 인상 강요’ 등 최근 논란이 됐던 해리스 대사의 행동을 언급했다. ‘참수생각 공모전’을 펼친다며 퍼포먼스 방식을 공모하기도 했다. ‘해리스 X의 코털을 하나하나 뽑기’ ‘나무젓가락으로 해리스 X의 주리를 틀기’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이들의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12일 현재 해당 포스터가 사라진 상태다.
국민주권연대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방한을 앞두고도 미 대사관 인근에서 ‘트럼프 참수 경연대회’를 연 바 있다. 당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인쇄해 폭죽에 태우거나 문서 세단기에 넣어 조각내는 등의 퍼포먼스를 했다. 종로서 관계자는 “폭죽 등 인화물질은 집회 현장에 반입 자체를 제재하고 불을 붙이는 행위가 이뤄질 경우에도 직접 개입해 막을 것”이라면서 “현장 상황의 경중을 따져 추가로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