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방 먹인 16세 환경투사, 타임 ‘최연소’ 올해의 인물

입력 2019-12-12 15:34
AFP=연합뉴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9 올해의 인물’에 스웨덴 출신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사진)를 선정했다.

타임은 11일(현지시간) “인류가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와 맺는 포식적 관계에 경종을 울리고, 파편화된 세계에 배경과 국경을 뛰어넘는 목소리를 전하며,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시절은 어떤 모습일지 모여주기 위해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에 선정한다”고 밝혔다.

타임에 따르면 툰베리는 1927년 처음으로 ‘올해의 인물’이 선정된 이래 가장 어린 수상자다. 이전까지는 첫 올해의 인물이었던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당시 25세)가 최연소였다. 타임이 10대 청소년을 올해의 인물로 지목한 사례도 툰베리가 최초다.

에드워드 펜셀턴 타임 편집장은 “심각한 불평등과 사회적 격변, 정치적 마비로 많은 전통적 가치관들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며 “툰베리 같은 이들이 행사하는 새로운 종류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낡은 규정에 부합하지 않지만 기존의 기관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임은 “기후 행동을 둘러싼 정치는 그 현상 자체만큼이나 복잡하고 변화가 쉽지 않다. 툰베리에게도 마법 같은 해법이란 없다”면서도 “한밤중에 있는 듯한 수백만명의 불안감을 긴급한 변화를 촉구하는 세계적 운동으로 변화시켜 전 세계적인 태도 변화 조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AP=연합뉴스

타임은 지난달 중순 진행된 툰베리의 인터뷰와 그의 활동에 대한 기획기사도 함께 내보냈다. 툰베리는 인터뷰에서 “손주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너희들을 위해서 그리고 다가올 세대들을 위해서 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또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내일은 있기 때문”이라며 “이게 내가 말하는 전부”라고 강조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9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 8월에는 친환경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기도 했다.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에서부터 15일간의 항해를 한 것이다. 항공기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탄소 배출이 많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했다.

당시 그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3분여간의 연설을 통해 기후변화 대책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이 공허한 말로 내 어린 시절 꿈을 앗아갔다”고 질책하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툰베리의 이 말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기성세대 탓에 10대 소녀인 자신이 나서게 된 상황을 꼬집는 취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보게 돼 너무 좋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툰베리를 조롱했다. 격앙된 목소리로 세계 지도자들을 꾸짖었던 툰베리를 ‘철없는 어린 소녀’처럼 표현해 깎아내린 것이다.

툰베리는 그러나 주눅들지 않고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한방 먹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자기소개 문구를 트럼프 대통령 트윗의 일부인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로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이 자신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툰베리의 이 같은 행보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기후 보호 운동에 동참하게 했다. 지난 9월 20일 전 세계적으로 열린 기후 변화 시위에 400만명이 집결하는 데는 툰베리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