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와 주민 간의 충돌 과정에서 벽돌에 맞은 70대 노인 사망 사건과 관련, 경찰이 범인 검거를 위해 사상 최고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또 시위에 참여하려다 체포된 교사가 정부의 압력으로 정직 처분을 받아 논란이 불거지는 등 홍콩 시위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홍콩 성수이 지역에서 시위대와 주민 간의 충돌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숨진 뤄모(70)씨 사건에 대해 홍콩 경찰이 80만 홍콩달러(약 1억2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도로 위에 시위대가 설치해 놓은 벽돌은 치우고 있는데 시위대 20여 명이 몰려와 제지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벽돌을 던지며 싸우는 과정에서 뤄씨가 시위대 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뤄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 날 숨졌다.
온라인에 떠도는 동영상에는 그가 머리에 벽돌에 맞고 땅에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 있지만 누가 던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80만 홍콩달러는 현재 홍콩 경찰이 내건 현상금 중 최고 액수이다. 기존 현상금 최고 액수는 폭력조직 삼합회 조직원 3명에게 내걸린 60만 홍콩달러(약 9000만 원)였다.
이들은 2009년 8월 침사추이 지역 호텔 앞에서 경쟁 조직 두목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홍콩에서는 또 대중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하려다 체포된 교사가 정직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툰먼 지역 중등학교 교사인 체밍키(31)는 11일 학교 재단 측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난 9일 오전 성수이 지역 주차장에서 가위, 펜치, 스패너 등을 갖고 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체밍키를 포함해 성수이 지역에서 대중교통 방해 운동을 하려 한 혐의로 학생, 노동자 등 12명을 체포했다.
다음 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6월 초 송환법 시위가 시작된 후 체포된 6000여 명 가운데 40%가 학생”이라며 시위 교사에 대해 엄중 대응하라고 교육 당국에 촉구했다.
켈빈 융 교육부 장관도 시위 교사에 대해 “경고, 견책 등은 물론 사안이 심각할 경우 해고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일선 학교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정부의 잇따른 압박에 학교 측은 결국 체밍키 교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홍콩 야권은 체밍키 교사에게 유죄 판결 때까지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학교 측이 체포된 시위 참여 교사들에게 법률적 지원을 하라고 촉구했다.
사틴 지역 중등학교의 한 교사는 전날 수업 시간에 시위대에 대해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등 욕설을 퍼부었다가 학교 측의 징계 대상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또다시 홍콩에 국가보안법 제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장샤오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지난 11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에서 “홍콩이 마카오와 달리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거나 관련 집행 기구를 설립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급진 세력이 활개 치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와 집행 기제를 세우고 법 집행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홍콩 특별행정구의 긴박한 임무”라고 말했다. 장 주임은 지난달에도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홍콩 정부는 2003년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이 거리로 나와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