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주민번호 도용에 프로포폴 빼돌린 환자와 병원

입력 2019-12-12 11:57

사망자 명의를 도용한 환자에게 수면진정제를 처방하거나 투약량을 속이는 등 마약류 의약품을 허술하게 관리해온 병원들이 대거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검찰·경찰·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합동으로 의료용 마약 과다사용이 의심되는 기관을 감시한 결과 병·의원 19곳과 동물병원 4곳,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환자 22명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주요 위반사항은 △프로포폴 과다 투약(병·의원 13곳, 환자 20명) △사망자 명의도용 처방(병·의원 2곳, 환자 2명) △진료기록부에 따르지 않은 마약류 투약(병·의원 5곳, 동물병원 1곳) △재고량 차이(병·의원 3곳, 동물병원 2곳) △마약류취급내역 보고 위반(병·의원 3, 동물병원 3곳) △저장시설 점검부 미작성(병·의원 2곳, 동물병원 2곳) 등이다.

적발된 환자 중 한명인 A씨는 지난 1월 23일자로 사망 신고된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2월부터 8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수면진정제 504정을 처방받았다. 또 다른 B씨는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25개 병·의원을 돌아다니며 프로포폴을 141회 투약받았다.

의사 C씨의 경우 환자들에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그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았다. 한 동물병원 D원장은 지난 6월부터 프로포폴 사용량을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거짓 보고하고 남은 양은 별도 보관했다.

의사 E씨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칠페니데이트를 실제로는 특정 환자에게 투약하지 않았으나 해당 환자에게 7정을 처방·투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

식약처는 과다투약이 의심되는 곳을 포함한 의료기관 21곳과,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환자 22명을 검찰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재고량 차이 등 행정처분 대상인 병·의원 12곳 및 동물병원 4곳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마약류 범정부 합동단속 협의체를 통해 마약 관련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의 분석 기법을 지속해서 개발해 위반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