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세무당국과의 1600억원대 세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과 달리 세금 부과처분이 대부분 위법하다고 판단돼 이 회장 측이 사실상 승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김동오)는 11일 이 회장이 서울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증여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판결로 이 회장에게 부과된 전체세액 1674억원 중 증여세 1562억원이 취소됐다. 양도소득세 33억원과 종합소득세 78억원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한 이 회장 측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국내 비자금 3600여억원, 해외 비자금 2600여억원 등 총 6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차명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719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7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주식을 취득·양도해 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중부세무서는 2013년 9~11월 이 회장에게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약 2614억원을 부과했다. 이 회장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940여억원만 취소됐다. 이에 이 회장은 나머지 부과세액 1674억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주식 실제 소유자인 이 회장과 명의자인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세회피 목적을 넘어 명의신탁 사실을 은폐해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가산세 7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금 부과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과 SPC, 해외금융기관 사이에 CJ 주식에 관한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을 전제로 한 증여세 부과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