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 앞을 지나던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대리석 정문 위에 ‘동훈고등학교’라는 문패가 덩그러이 붙어 있었기 때문.
“아니 학교 이름을 바꿨나?” “갑자기 왜?” “혹시 자사고 사태 때문에?”
쏟아지는 궁금증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학교는 물론 총동창회에도 문의가 잇따랐다.
시민들과 졸업생들은 “진짜 이름을 바꾼 것이 맞느냐” “혹여 지난 ‘자사고 사태’와 연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계속 물었다.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는 지난 1년간 ‘자사고 재평가 사태’로 전국 화제의 중심에 섰었다.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 “불공정하고 위법한 평가다”며 강력히 싸웠다.
지난 7월 이를 바로 잡은 교육부의 ‘부동의’로 자사고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다시 교육부의 ‘2025년 자사고와 특목고 일괄 폐지’ 방침에 향후 변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명 교체설에 놀랐던 시민들과 졸업생들은 뒤늦게 사연을 들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낯선 문패가 달렸던 것은 알고 보니 학교 측이 영화 촬영장소로 빌려줬기 때문.
이 학교 교정에서 일부 장면을 찍은 영화의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탈북한 천재 수학자(최민식 분)가 자사고 경비원으로 일하며 상위 1%의 성적이지만 수학 포기자인 학생(김동희 분)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박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학교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 측에서 지난 여름부터 두어 차례 학교를 답사하고 섭외를 해 왔다”며 “학교에서 심의 후 주말과 휴일 이틀간 교문과 강당 등의 공간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사전에 ‘학교에서 영화 촬영이 있을 것’이라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안내하고, 홈페이지에도 공지했다. 사실을 파악한 총동창회도 SNS 등에 “놀라지 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