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의 운명이 걸린 영국 총선이 12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 이후 3년여 만에 EU를 탈퇴한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과반이 예상되고 있지만, 제1야당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에 이목이 쏠린다.
영국 가디언, BBC방송 등은 11일(현지시간) 보수당과 노동당 등이 선거를 앞두고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열리는 두 번째 선거이고, 1923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12월 총선이다. 영국 유권자 4600만명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는 수차례 브렉시트를 시도했지만, 하원의 반대에 번번이 막히면서 목표였던 지난 10월31일 브렉시트에 실패했다. 존슨 총리는 최후의 카드로 조기총선을 실시하면서 이번 선거가 시작됐다.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해 내년 1월말에 브렉시트를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보수당의 과반 확보 여부다. 앞서 존슨 총리는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의석이 과반에 훨씬 못 미쳤던 데다,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영국 하원의석 수는 650석으로, 326석 이상을 얻어야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존슨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하면 ‘헝 의회’가 또 등장해 브렉시트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헝 의회는 과반 의석을 얻은 정당이 없어 연립정부를 세워야 한다.
존슨 총리는 당내 총선 후보 전원에게서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서명도 받아둔 상태다. 앞서 보수당 내에서도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는 표가 대거 나와 하원 통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보수당 과반 의석이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이날 총선 전 마지막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수당이 339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는 2주 전 같은 조사에서 359석보다 20석이나 줄어든 수치다. 노동당은 231석을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유고브는 선거의 예측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보수당이 311~367석을 얻을 것으로 봤다. 앤서니 웰스 유고브 정치조사 국장은 “이번 조사 모델을 토대로 볼 때 헝 의회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표율도 변수다. 2017년 조기총선의 투표율은 68.6%로 2015년 총선(66.4%)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서 열려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대학생들이 대부분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가는 것, 겨울에는 오후 4시에 해가 진다는 점 등이 투표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