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를 비롯한 일부 모빌리티 산업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이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모빌리티 업계와 정부가 대립하면서 빚어지는 ‘규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법안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업계에선 사업 운영이 불투명해지면서 예정된 투자 계획이 무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다와 유사한 방식인 렌터카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던 차차 크리에이션(차차)은 지난 6일 해당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최대 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가 불발됐다. ‘크라우디’와 진행하던 크라우드 펀딩도 중단됐다. 김성준 차차 명예대표는 11일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된 날 15억을 목표로 진행하려던 크라우드 펀딩과 5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투자 철회 소식을 듣게 됐다”며 “법제사법위원회마저 통과되면 사업에 참여한 파트너들의 일자리는 물론 모든 희망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모빌리티 업계의 사정은 좋지 않다. 타다는 당장 투자가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만 3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인 쏘카가 올초 5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반복되는 적자를 만회하고 사업 기반을 다져나가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타다 운영사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에 “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문을 닫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냉정하다. 공포 후 1년 뒤에는 불법이 되고 마는 ‘붉은 깃발법’ 하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영위할 기업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업자의 허가 기준과 운행차량 수, 기여금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시행령으로 정해져야 해 당분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사업성을 판단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나마 국내 기업 중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미국 사모펀드 TPG캐피털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택시 면허를 보유한 택시 업체들을 줄줄이 인수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대형승합택시 서비스인 ‘카카오 T 벤티’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당분간 서울 지역에서만 차량 100여대로 베타서비스를 진행한 뒤 공식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불확실성이 남은 국내 모빌리티 산업 대신 동남아시아 ‘그랩’이나 인도 ‘올라’ 등 해외 모빌리티 업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선 투자 선순환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자금력을 갖춘 우버 등 글로벌 업체들에 국내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이 시점에도 우버코리아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우버택시 사용자들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스타트업은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지속적인 투자와 규제 완화가 절실하지만 여전히 이 같은 불확실성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실험 중인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리는 제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본격적인 출발도 하지 못했다”며 “이대로라면 언젠가 제도가 완화됐을 경우 이미 자본을 축적한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의 시장 장악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