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철수한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의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지역경제가 휘청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 가동을 지난 10월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한·중 국교 수립과 함께 후이저우 휴대전화 공장 가동에 들어갔고, 1990년대 스테레오, 2000년대 MP3 플레이어 등을 만들었으며, 2007년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해왔다.
2011년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맞았을 때 후이저우와 톈진 공장에서는 각각 701만4000대와 5564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해 수출했다.
2017년 후이저우 공장은 6257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해 후이저우 지역 전체 무역액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실적 부진으로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감축해오다 스마트폰 생산시설을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고 지난 10월 후이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후이저우 세관에 따르면 삼성 공장이 문을 닫은 지난 10월 후이저우 지역의 기업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이후 후이저우 뿐 아니라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있던 지역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식당, 약국, 슈퍼마켓, 편의점, PC방, 호텔 등 인근 상권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 직원들의 소비에 전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삼정전자 공장 이전후 인근 식당이나 점포의 60%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후이저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리빙 씨는 “삼성이 철수하기 이전에는 월 7만 위안(약 12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하루 저녁에 고자 두세 테이블만 손님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편의점 주인은 “지난 9월부터 지역 소비가 죽어가고 있다”며 “지금 매출은 8월에 비해 8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노동 전문가인 류카이밍은 “삼성은 그동안 광둥성과 인근 지역에 완전한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했는데 공장 철수로 광둥성에서 최소 100개의 공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이저우에서 100㎞ 떨어진 광둥성 둥관의 한 로봇 제조업체는 삼성 주문이 끊겨 대규모 적자가 나자 직원들에게 단축 근무를 시키거나 휴가를 보내고 있다.
회사 측은 강제 해고를 하지 않고 있으나 단축 근무나 휴가 등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직원들이 스스로 퇴사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현지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월 기본급 1800위안(미화 255달러)을 받으려면 월 22일을 일해야 하는데 대부분 직원들은 근무일이 15~16일 정도에 불과해 기본급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한때 직원이 1만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3000명 정도가 남아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인근에 6∼7층짜리 주거용 아파트가 100동 정도 있는데, 대부분 삼성 공장 직원들이 살았다”며 “지금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빈집이어서 밤에는 ‘유령 도시’ 같다”고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