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막차’를 탈 것인가, 추가 하락 여부를 지켜볼 건가.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투자자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1% 안팎에 불과한 저금리 환경에서 배당주 투자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연 3%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하지만 통상 배당락일(배당금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 이후 배당 수익률만큼 주가가 떨어지는 데다, 향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배당 수익보다 평가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변수가 여전한 점도 ‘배당 막차’ 타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만년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낮은 ‘배당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KTB투자증권은 11일 보고서를 내고 “국내 상장사의 적은 배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6배로, 주가가 기업 청산가치를 밑도는 유일한 국가”라며 “(주가 상승을 위해선) 수익성이 늘거나 배당 성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상장주들의 평균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 지급비율)은 31.9%로 세계 평균(52.0%)보다 낮다. 특히 미국(51.2%) 영국(77.9%) 프랑스(62.1%) 일본(40.5%) 등 이른바 ‘배당 선진국’과 차이가 뚜렷하다. 김 연구원은 “배당 성향이 낮은 걸 감안하면 현재의 코스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는 이유 있는 저평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증시 하락으로 고(高)배당주의 배당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올라가 투자 매력은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높은 배당 수익률’과 ‘주가 낙폭 과대’의 조합은 매우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며 “지난해 배당 수익률 상위 종목 가운데 주가 낙폭이 크고, 이익은 늘어난 안정적 고배당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5% 이상의 배당 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은 10개 안팎으로 예상된다. 두산(7.80%) 쌍용양회(7.56%) 효성(6.30%) 기업은행(5.95%) 등이다.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12월 26일(올해 배당락일) 기준으로 배당주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연구원은 “연말까지 낙폭이 큰 배당주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