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차관보, 무기 구입해 韓방위비 낮추기 “개념상 가능”

입력 2019-12-11 16:14
정은보(왼쪽)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문재인정부의 미국산 무기 구입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케빈 페이히 미 국방부 조달담당 차관보는 10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미동맹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사들이는 일이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무기 구입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낮출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이라는 취지다.

페이히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늘 합의를 추구하는 협상가”라며 “그가 그런 기회들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제 방위비 협상에서 무기구입 연계 옵션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념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협상팀의 일원이 아니며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미국산 무기 구매와 방위비 협상이 연계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한국 측에 올해의 5배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연내 타결이 불투명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미국산 무기 구매 등 그간 한국이 사실상 부담해온 직·간접적 동맹 비용의 내역을 미국 측에 내보이며 미국이 요구한 분담금 총액 50억 달러(약 5조원)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페이히 차관보는 한국이 방위비를 대폭 늘릴 경우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화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부처 바깥의 협정 문제”라고 답했다. ‘방위비 증액을 군사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한국 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거리를 둔 것이다. 다만 그는 “미 정부는 협정 등 거의 모든 것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고 우리의 최고 우선순위 중 하나는 3대 핵전력의 현대화다. 이 모든 것이 작용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