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34세 여성 총리 취임, 19명 각료 가운데 여성 12명

입력 2019-12-11 15:53 수정 2019-12-11 17:36
산나 마린(가운데) 신임 핀란드 총리가 10일 내각의 장관들과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이번 내각 19명의 장관 가운데 12명이 여성이다. EPA연합뉴스

핀란드에서 제1당인 사회민주당의 산나 마린(34) 의원이 10일(현지시간)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핀란드의 세 번째 여성 총리인 마린은 취임 이후 자신을 포함해 19명의 각료 중 1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지난 8일 사민당의 총리 후보로 당선된 마린 의원은 이날 의회의 승인 투표에서 200명 의원 가운데 찬성 99표, 반대 70표를 얻어 총리직에 올랐다. 이에 따라 마린 총리는 현직 국가수반들 중 전 세계 최연소 지도자가 됐다. 다만 조만간 오스트리아 제1당인 국민당 주도로 연립정부가 출범할 경우 33세의 국민당 대표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총리가 마린 총리를 제치고 다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다. 마린 총리는 이번 주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 정치 무대에 데뷔한다.

2012년 27살의 나이로 시의원으로 선출된 후 공식적으로 정계에 진출한 마린 총리는 2015년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여섯번 째로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으며, 6월부터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을 맡아왔다.

마린 총리는 취임 이후 자신을 포함해 19명의 각료 가운데 1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사민당, 중도당, 녹색당, 좌파 연합, 국민당 등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정은 마린 총리 하에서도 계속된다. 이들 정당의 대표들 역시 모두 여성이며, 하원 의원의 47%가 여성이다.

산나 마린(오른쪽에서 두번째) 신임 핀란드 총리가 이번에 연정을 구성한 5개 정당 중 3개 정당 대표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5개 정당 대표 모두 여자이며, 마린 총리를 비롯해 4명은 35세 미만이다. EPA연합뉴스

사실 핀란드 정가의 여풍(女風)은 새롭지 않아서 핀란드 역사는 세계 여권 신장의 역사로 불릴 정도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1893년 뉴질랜드, 1902년 호주가 핀란드에 앞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지진 않았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1920년대 들어서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인정했다.

특히 1926년 핀란드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19명 중 한 명인 미나 실란파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활발하게 만든 주역이다. 이후 끊임없이 남녀 평등을 추구해온 핀란드에서는 2000년 첫 여성 대통령인 타르냐 할로넨이 등장했다. 그리고 2007년 마티 반하넨 총리는 남성이지만 내각을 꾸리면서 20명의 장관 중 1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당시 여성이 과반인 내각은 세계 최초였다.

다만 최근 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을 해온 극우정당 핀란드인당이 등장해 핀란드 역시 과거에 비해 여성혐오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더 많이 용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74%의 높은 투표율로 치러진 올해 총선을 통해 핀란드 국민은 진보적이며 여성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핀란드 정가에서는 이번 내각과 관련해 여성보다는 젊은 나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정을 이루는 5개 정당 대표들 가운데 4명이 35세 미만이다. 마린 총리의 경우 젊은층답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동성 파트너와의 생활, 임신과 모유 수유 등의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활발하게 게시해왔다. 그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나는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 총리이기도 하지만 나는 한 개인이며 실존 인물이다”며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