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인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용산기지 반환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발표된 지 14년 만에 기지 반환 협의가 본격 착수된 것이다. 오염정화 문제로 반환이 장기간 지연됐던 책임을 놓고 미국 측과 장기간 이견을 보여온 강원도 원주 캠프 롱과 이글, 인천 부평 캠프 마켓, 경기도 동두천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4곳은 이날 반환됐다.
정부는 이날 “용산기지의 SOFA 규정에 따른 반환절차 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기지 반환 절차의 첫발을 내딛는 이번 합의는 용산이 과거 외국군대 주둔지로서의 시대를 마감하고, 우리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용산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주요 전쟁기에는 외국군대가 주둔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의 핵심거점으로 이용됐던 지역”이라며 “용산기지의 반환은 이 지역에서 한 세기여 만에 우리의 역사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용산기지 반환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과도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인원과 시설 대부분은 현재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을 마친 상태다.
주한미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용산기지 이전 계획과 관련해 “SOFA 합동위원회는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용산기지 반환 절차를 시작했다”며 “주한미군지위협정 등에 따라 가능한 신속히 대한민국 정부로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은 또 “미군기지 4곳은 오늘 부로 최종적이고 영구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로 반환을 완료했다”며 “이는 2015년 이래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최대 규모”라고 했다.
다만 이날 반환된 4개 기지에 대해선 앞으로 한·미 양국이 오염 정화 문제를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미 양측은 오염정화 책임,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한국 측이 제안하는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성에 대해 한·미 간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4개 기지는 2010년(롱, 이글, 호비 쉐아사격장)과 2011년(마켓)부터 SOFA 규정에 따른 반환 절차를 진행한 것이었다. 오염정화 기준과 정화 책임을 놓고 미국 측과 합의를 보지 못해 반환이 오랫동안 지연됐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4개 기지의 조기 반환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반환 지연에 따른 오염 확산 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상황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한·미 양측은 4개 기지 반환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환경·법 분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실무단을 운영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지를 반환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며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정부는 “미국 측의 정화 책임과 환경문제 관련 제도개선 등에 대한 협의의 문(門)을 계속 열어놓고 기지를 반환받는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은 “추가로 13개의 미군기지가 비워졌고 폐쇄돼 한국 측에 반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SOFA 합동위원회 회의는 주한미군 부사령관 케네스 윌즈바크 중장과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이 주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