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북한 대응을 둘러싸고 이견을 노출했다.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며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만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맞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분명히 밝혔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약속을 직접 밝힌 바 있다”며 “따라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이 약속을 계속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도발적 태도를 취하면 북·미 협상을 중단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갈 길을 논의할 협상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북·미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급했듯이 북한과 북한 주민이 더 밝은 미래를 맞도록 돕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이지 미국의 독자 제재가 아니다”며 “러시아 역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이 오는 22일임을 언급하며 “많은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과 미국이 상호적 조치를 취해야 관계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촉진하겠다”면서도 “양측이 상호적 조치를 밟아나가야만 결과를 낙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게는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실행해야만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등을 해줄 수 있다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제재 완화 등 유화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북한 지도자에게 자제를 촉구한다”며 김 위원장에게 도발적 행동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건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