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발 두려워 말아야…불안감 크면 사망 위험 2.5배 ↑

입력 2019-12-11 10:50 수정 2019-12-11 16:01
국민일보DB

암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큰 환자는 사망 위험이 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암 환자이어도 재발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삶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팀은 2012년 2월~2017년 3월 혈액암 중 하나인 악성 림프종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 정도와 실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에게 암환자 대상으로 만든 삶의 질(QOL-CS-K)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재발의 두려움 정도를 측정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세로 B세포 림프종 환자가 75.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의 84%(391명)가 어느 정도 암 재발의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고 16%(76명)는 매우 심하다고 호소했다.

재발 두려움은 예후가 좋은 저위험군 림프종 환자와 공격형 림프종 환자간 정도의 차이는 없었다.

평균 3.1년의 관찰기간 동안 연구 참여자 중 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89.2%가 림프종이 직접 사인이었고 나머지 10.8%는 폐렴 등 다른 질환 탓이었다.

연구팀은 ‘1000인년’으로 환산한 사망률을 비교했다. 1000인년은 코호트(특성 공유 집단) 연구에 주로 쓰이는 통계 방식으로, 10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발생하는 사건 수를 말한다.

그 결과 두려운 정도가 심했던 환자군(76명)의 경우 1000명 당 46.6명, 나머지 대조군(391명)의 경우 1000명 당 22.3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상대적 위험도를 계산했을 때 사망 위험은 두려움이 큰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고 알려진 저위험군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의 경우에는 재발에 대한 심한 불안감을 가진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상대 위험도가 6.8배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만으로도 사망 위험이 큰 폭으로 치솟은 셈이다.

환자 나이와 성별, 림프종의 세부 종류 및 진행 상태, 암의 공격 성향과 치료법 등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에 대한 보정을 거친 결과다.

전반적인 삶의 질 또한 재발의 두려움이 큰 환자들이 더 낮았다. 같은 설문에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지표화했을 때 두려움이 큰 환자는 평균 64.3점인 반면 대조군은 71.9점이었다.
이 밖에 신체, 인지, 정서, 사회적 기능 또한 재발 두려움이 큰 환자군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김석진 교수는 “암 치료 성적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암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은 여전하다”면서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충분한 교육을 통해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주희 교수는 “암 환자에게 마음의 건강이 몸의 건강만큼 중요하다는 걸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라며 “앞으로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정신종양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