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원혜영(5선)·백재현(3선) 의원이 11일 오후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1951년생으로 동갑이다. 그동안 7차례씩 선출직에 당선된 점도 같다. 원 의원은 백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들은 뒤 “선거경력은 저보다 화려하네요. 백 의원은 7전7승이고 저는 9전2패7승을 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영광스럽게 정치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물갈이론의 재료로 쓰이는 분위기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물갈이를 통해 국회와 정치가 혁신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최소한 법이 정한 회의 개최 규정을 정할 수 있게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백 의원도 “같은 뜻이다. 물갈이는 물을 바꾸는 게 아니라 (물)고기만 바꾸는 것”이라며 “고기만 바꿨다고 제대로 되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을 고쳐 제도를 개혁해서 물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헌법을 고치려는 노력을 수없이 했지만 그런 노력이 잘 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우리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칭찬보다는 비판과 질책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외면하거나 포기하면 우리 정치는 희망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제 저는 저의 소임을 마칩니다만, 그동안 뜻을 같이해온 여러 동료·후배 정치인들이 그 소임을 다해 줄 것이라 믿고 기대한다”면서 “특히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섰던 후배 세대 정치인들이 더 큰 책임감으로 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세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내년이면 제 나이가 칠십이 된다”면서 “나이 칠십에 시작하는 새로운 인생은 좀 느린 속도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약 30년 전 1991년 2월 정치를 시작했다. 광명시 기초의원부터 총 7번의 선거에서 변함없이 저를 지지해주신 광명시민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남아 있는 숙제는 이제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드리려 한다”면서 “‘협력과 상생의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그동안 못다 한 일들을 ‘최후의 일각까지 광명정대’하게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백양기 시인의 ‘아버지의 시’를 소개하며 불출마 선언을 마쳤다. 그는 “‘아버지의 시’는 항상 애송했던 시”라면서 “이 시는 정치 시작할 때도 깊이 생각하고 정치 끝마치는 어제도 깊이 생각했다. 어려울 때도 좋을 때도 이 시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풀무원식품 창업자로 유명한 원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지낸 5선 의원이다. 백 의원은 경기도 광명시 의원, 경기도의회 의원, 광명시장을 거쳐 경기 광명시갑 지역구에서만 3선을 지냈다.
[원혜영 의원 불출마 선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부천시민 여러분, 그리고 자랑스러운 민주당원 여러분! 저는 이번 20대 국회를 끝으로 저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대 총선을 준비하면서부터 가져왔던 오래된 생각이었습니다.
1992년 14대 국회에 처음 등원한 이래 30년 가까이 선출직 공직자로 일했습니다. 부천 시장으로 두 차례, 국회의원으로 다섯 차례 일해 온 매 순간이 제게는 너무도 영광되고 보람 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저에 대한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부천시민과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 발전과 정치개혁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주신 선후배 의원님, 그리고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당원 동지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제가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 "하나님 기준으로 바르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하나님 기준으로 잘할 수 있다고 약속드릴 수 없지만 사람의 기준으로는 바르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정의, 실력, 그리고 배려를 삶과 정치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학생시절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삼십대에는 식품회사 풀무원을 창업해 경영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인생은 정치인으로 일해 왔습니다.
과정 과정마다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순탄한 여정이었습니다. 수도권의 특색 없던 도시 부천을 문화도시로 재창조했고, 세계 최초로 버스안내시스템(BIS)을 전면 도입하여 실용화했으며, 깨끗한 정치 실현과 국회선진화법 제정 등 정치개혁의 성과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도 인정해야 했습니다. 특히 개헌,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등 일하는 정치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개혁과제들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내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리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칭찬보다는 비판과 질책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외면하거나 포기하면 우리 정치는 희망이 없어집니다. 정치인에게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와 함께,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만들어내겠다는 책임감 역시 필요합니다.
이제 저는 저의 소임을 마칩니다만, 그동안 뜻을 같이해온 여러 동료·후배 정치인들이 그 소임을 다해 줄 것이라 믿고 기대합니다. 특히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섰던 후배 세대 정치인들이 더 큰 책임감으로 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세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이면 제 나이가 칠십이 됩니다. 은퇴자 천만 시대에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칠십에 시작하는 새로운 인생은 좀 느린 속도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끝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시킨 위대한 국민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분단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그간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더불어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백재현 의원 불출마 선언 전문]
어제 12월 10일, 제20대 국회 ‘4년차 정기국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저 백재현은 약30여년 전 1991년 2월 정치를 시작하였습니다.
30여년 만에 부활한 지방의회에서 무보수 명예직인 ‘광명시 기초의원’으로, 그리고 1995년 시작된 지방자치에서 ‘경기도 광역의원’으로, 이어 1998년, 2002년 ‘민선 2 · 3기 경기도 광명시 시장’, 2008년, 2012년, 2016년 ‘제18 · 19 · 20대 국회의원’까지, 총 7번의 선거에서 변함없이 저를 지지해주신 광명시민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함께 고생해준 여러 당원동지, 고문님, 당직자, 시·도의원, 자원봉사자, 보좌진 모두, 한분 한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30여년 동안 많은 희생을 강요당한 가족, 친지, 후원자 여러분들께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30여년 세월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자치분권의 실현’을 끊임없이 외쳐 왔습니다.
존경하던 김대중 선생님이 정계 은퇴하시고 영국에 계셨을 1993년 봄에, 런던에서 80여㎞ 떨어진 ‘캠브리지인근 Pine hurst Lodge’에서 저녁식사하시면서 40대 초반의 제게 ‘지방자치의 꿈’을 심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1993년 여름에, 당시 노무현 최고위원님이 ‘참여시대를 여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싱크탱크를 만들 때, 초대(初代) 감사로 참여해 교류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지역발전을 이루고, 경기도,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의미 있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1997년, 60년 만에 ‘정권교체의 꿈’을 정치현장에서 이뤄 보기도 했고, 김대중 대통령님, 노무현 대통령님과 민주주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님, 문희상 국회의장님과 의회주의 실현을 위해, 세월호 때는 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으로, 많은 노력을 함께 해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불 시대’로 세계에서 7번째로 ‘3050 클럽’의 조건을 충족하여 ‘실질적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저출산 고령화와 빈부격차’ 해결, ‘혁신성장과 남북관계 화해’의 길, ‘후진적 정치시스템’ 개선 등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광명만 하더라도 산동 (철산, 하안, 소하)은 그런대로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지만 산서 (학온동, 광명 구시가지)에는 숙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남아 있는 숙제는 이제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20대 국회가 5개월이 넘게 남아 있습니다. ‘협력과 상생의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더불어민주당 직능대표자회의 의장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그동안 못 다한 일들 ‘최후의 일각까지 광명정대’하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혹시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들, 서운함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는 ‘용서와 화해’를 구합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광명시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항상 애송하는, 그동안 제 ‘의정활동의 나침반이자 인생의 답’이 되어준 ‘아버지의 시’로 저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을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12월 11일 국회의원 백재현 드림
아버지의 시
백양기
簡素간소한 生活생활로 高尙고상한 思想사상을 길러내고
不滅불멸의 幸福행복은 조그만 分數분수를 사랑한다
듣고만 보는건 말해야 할 때를 아는 듯이
참고만 좇는건 所願소원이 마침내 풀릴 듯이
내마음 옳은대 차분해 나날이 밝어진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