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 의지 재천명… 자민당, 총재 임기 연장론 부채질

입력 2019-12-10 17:2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각종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헌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리고 일본 여권 인사들은 헌법 개정을 위해 아베 총리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일 임시 국회 폐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반드시 내 손으로 완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총재 임기가 2021년 9월까지 1년 10개월밖에 남지 않아 개헌은 사실상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는 자신의 임기 중에 해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당초 아베 정권과 집권 자민당의 목표는 이번 임시 국회 회기 안에 개헌의 정지 작업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이번 회기 전까지 아베 정권은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 표결을 시도하려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4번이나 연기한 바 있다. 자민당은 당초 임시 국회를 연장해 개정안 표결을 밀어부칠 계획이었지만 최근 아베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이 일파만파 커지자 표결을 또다시 미루고 다음 정기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시키기로 했다.

당초 세금을 사용하는 국가 공공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아베 총리의 후원회 관계자가 초청돼 촉발된 스캔들은 일파만파 번진 상황이다. 현재는 다단계 판매로 악명이 높은 단체 회장까지 참석한 것이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야당의 참석 인사 명단 요구에 정부가 서둘러 폐기한 것이 드러난 상태다.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외에도 아베 정권은 지난 9월 개각 이후 경제산업상과 법무상 등 각료 2명이 불명예 사임, 대학 입시 영어 민간 시험 도입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 혼란 등으로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임시 국회에서 국민투표 개정안 표결이 연기되자 아베 총리가 임기 중 개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개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국회 폐회 기자회견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개헌을 위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중의원 해산카드까지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국회 폐회사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물어야한다면 해산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계속 야당에 협조를 구해 내년 1월 정기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 통과 후 이른바 ‘평화헌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등 개헌을 단행할 생각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참의원 양원에서 3분의 2이상의 의석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야당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베 총리의 임기가 만효되는 2021년 9월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개헌의 국회 발의까지 3차례의 회기가 필요한 만큼 이론상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야당이 손잡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지난 10월 소비세율 증세의 영향, 러·일 평화조약 협상 정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교착 상태 등의 과제까지 산적해서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여당 인사들은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론을 들먹이고 있다. 즉 당칙을 바꿔 자민당 총재 4선에 나서라는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에 개헌이) 되면 좋지만 될 전망이 없다면 적어도 그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매된 잡지 ‘문예춘추’ 인터뷰에서 “진짜로 헌법개정을 하려면 총재 4선도 무릅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면서 “선거에서 6연승을 한 아베 정권이 (개헌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