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1단계 타결’에 성공하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개선된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의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가 한국인 만큼 반등도 강하게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를 숨죽인 채 바라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0일 ‘미·중 무역협상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1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글로벌 투자 심리와 전 세계 교역물량이 회복되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한국이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자라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수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전년 동기 대비 -9.8%)이었다. 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1위다. 한국은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26.8%)가 높다. 수출 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탓에 세계 교역물량 축소에 따른 충격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고도로 통합돼 있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내년 한국 수출의 회복을 이끌 ‘길잡이’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3∼4일 홍콩과 싱가포르 소재 18개 금융기관의 전문가그룹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역협상이 올해 말 또는 내년 1월 25일(음력 설) 이전에 타결된다’고 보는 응답이 53.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46.4%)을 조금 앞질렀다. 미·중 2단계 무역협상 타결 시점은 ‘장기화될 것’(68.1%)이란 답변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이전 타결될 것’(31.9%)이라는 대답을 크게 앞섰다. 연구소 관계자는 “2단계 협상이 길어지면 한국의 중장기 경제 전망에도 비(非)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는 ‘1단계 협상’ 타결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35포인트(0.45%) 오른 2098.0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0.75포인트(0.12%) 내린 627.11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4원 오르며 1191.3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이 예정대로 15일에 대중 관세를 부과한다면 약 1~2주 동안 금융시장의 조정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관계의 파국보다 상호압박 수준에 그친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 모두 파국보다 대화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무역협상이 완전히 파탄나지 않는다면 주가는 펀더멘탈(기초체력) 수준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