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PM2.5)가 10일 하루종일 한반도를 습격했다. 하루종일 초미세먼지로 잿빛 하늘이 이어지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충북 지역에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발령됐다. 미세먼지에 짙은 안개까지 더해지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선 항공기 수백편이 결항 또는 지연됐다.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0시∼오후 4시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고 다음 날도 50㎍/㎥ 초과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공공기관이 비상저감조치 매뉴얼에 따라 차량2부제를 시행하면서 곳곳에선 주차대란이 벌어졌다.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시간을 줄이고 세척장 등을 운영했다.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동작구 사당역 일대에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구로디지털단지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민우(31)씨는 “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하늘이 먼지로 뿌옇게 뒤덮인 것을 보고 다시 들어가 마스크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차량2부제를 시행했다. 이날이 짝숫날이어서 차량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 챠량 운행이 제한됐다. 서울 주요구청에서는 끝자리가 홀수인 공무수행 트럭들을 운행하지 않았다. 서울시청은 하이브리드차량 등을 제외한 차량은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시청 주차장 앞에선 실랑이도 벌어졌다.
서울시는 오전 6시부터 시내 주요도로 51개 지점에 CCTV 95대를 설치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단속했다. 오후 기준으로 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아 1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 차량은 4500여대에 달했다.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충북 단양에선 일부 공장이 가동을 중지했다. 성신양회 단양공장은 이날 전 직원 차량2부제와 함께 2시간 동안 시멘트 최종 생산설비인 시멘트밀(분쇄기) 가동을 중단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도 분쇄시설 가동을 중지했다. 또 야간까지 청소차와 살수차를 연장 운행했다.
오전에는 인천국제공항에 짙은 안개가 끼면서 항공기 수백 편이 결항·지연돼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선 오전 안개로 인한 ‘저시정 운영 2단계’가 발령돼 베트남을 떠나 인천에 착륙할 예정이던 항공편 등 22편이 결항됐다. 또 인천발 196편은 출도착 시간이 지연됐다. 일부는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기도 했다. 오후들어 안개가 걷히면서 공항은 정상가동됐다.
시민들은 더욱 근본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시민 유모(56)씨는 “스스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중국에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곽모(24)씨도 “이미 미세먼지가 가득한데 저감조치가 무슨 효과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11일 오전에는 하늘이 더 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서풍과 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 유입되면서 11일 오전에 대기 질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 충칭, 선양 등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수준을 보이고 있어 다른 지역에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11일 늦은 오후나 돼야 북서풍이 불어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윤태 조효석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