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중국산 전기버스,드론 구매 금지”…中 견제 가속

입력 2019-12-10 16:42 수정 2019-12-10 16:47
AP뉴시스

미국 의회가 중국산 전기버스와 궤도차, 드론 등의 구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이 최종 발효되면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보류할 방침을 내비치는 등 강온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에서 중국산 전기버스와 궤도차 등의 구매에 연방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에 합의해 표결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안은 상·하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 법률로 확정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기업 CRRC와 BYD 등 2곳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중차(CRRC)는 연 180억 달러(21조4300억 원) 규모의 미국 철도차량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BYD는 계열사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버스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버스 시장 규모는 2024년 19억500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법안은 또 군에서 중국산 드론 구매도 금지해, 중국산 제품이 미국 내에서 간첩 활동에 이용돼 사회기반시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했다.

미 의회에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 지방정부의 중국산 드론을 금지하고 기존 사용 중인 중국산 드론은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내용의 별도 법안도 상정돼 있다.

중국산 드론 구매 금지로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상용 드론 업체인 DJI 테크놀로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DJI는 2018년 글로벌 상용 드론 시장의 74%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은 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존 개러멘디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법안으로 BYD 공장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지만, 국가안보 등의 중국 전기버스와 궤도차 구매 금지는 불가피하다”며 “중국 정부가 철도와 버스 산업 장악을 위한 전략적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릭 스콧 상원의원은 “우리의 기술과 지적재산을 빼앗고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 끼치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해 진지해져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드론 같은 중요한 기술을 계속 구입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또 외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북극 지역 군사활동과 자본 투자를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만과 합동 훈련, 무기 수출, 고위급 군사 접촉을 확대해 대만의 군사력을 향상시키고 대만에서 중국의 군사, 경제, 정보, 외교, 디지털 영향력을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한편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오는 15일부터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 예정인 추가 관세와 관련, “시한이 오는 15일로 다가오고 있지만 시행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유예 가능성을 내비쳤다.

퍼듀 장관은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중국)도 어떤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가 그런 일환의 신호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6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일부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유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런홍빈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무역 합의가 최대한 빨리 달성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서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주고받음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의 ‘1단계 합의’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