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엔진 시험→신형미사일 발사’ 北패턴 반복될까

입력 2019-12-10 16:05 수정 2019-12-10 17:00
美, 10일 ‘조인트 스타스’ 정찰기 띄워 대북감시
전날엔 ‘리벳 조인트’로 대북정찰
北 ICBM 도발 여부는 안갯속
정경두 장관, 北엔진시험에 “깊은 우려” 표명

미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 미 공군 홈페이지

북한이 정한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연거푸 날리고 있으며, 미군은 연일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 발사를 마지막으로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가 10일 오전 한반도 상공 3만3000피트(약 10.1㎞)를 비행하며 대북 정찰을 했다. 이 정찰기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해안포 진지뿐 아니라 기계화부대 이동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정찰기에 탑재된 고성능 안테나는 120도 각도 시야로 5만㎢ 규모 전장 상황을 감시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전후로 대북 정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E-8C는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에도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전날엔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미 공군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대북감시 작전에 투입됐다.

북한이 2017년 3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한 뒤 공개한 사진. 오른쪽 사진은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장 감시대에서 이 시험을 지켜본 뒤 엔진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를 업어주며 치하하는 모습. 이 엔진 시험 나흘 뒤 북한은 무수단 계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노동신문, 뉴시스

특히 최근 정찰은 북한이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로켓 엔진 시험을 한 후 추가 도발 징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과거 패턴을 볼 때 엔진 시험은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2017년 3월 18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하고, 나흘 뒤 무수단 계열 중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쐈지만 공중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 이후에도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하던 끝에 화성 15형을 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이다.

군 내부에서는 미군이 의도적으로 정찰기의 위치식별 장치를 켜 정찰비행을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정찰 작전은 적이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미군의 정찰비행은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공개적인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달 중 ICBM을 쏠지 여부는 안갯속이다. 북한은 전날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도발 위협을 높였다. 하지만 같은 날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이 어떤 비핵화 보상 카드를 내놓을지를 당분간 지켜본 뒤 도발 수위를 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이 군사 옵션을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4차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린다 레이놀즈 호주 국방장관과의 양자회담을 하기 위해 회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주요 군사시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지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서해 동창리 지역에서의 엔진 시험 활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제4차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과 호주) 양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에 부응하면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