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100여명이 10일 상경해 서울 강남구 KT&G 타워 앞에서 주민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한 회사 측의 사과와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나 몰라라’하는 것이 KT&G의 기업 철학이냐”며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KT&G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뒤 현재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이 중 14명이 숨졌다.
이에 지난달 중순 환경부는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이 비료공장 때문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정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환경부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료공장은 퇴비로만 써야 할 연초박(담배찌꺼기)을 불법적으로 건조 공정에 사용했다. 연초박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집단 암 발병 사태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렸고, 먹는 물과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발암물질이 검출돼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 영향조사에서는 비료공장과 마을 주택에서 담뱃잎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비료공장 건조기와 교반기 등 내부 시설뿐만 아니라 비료 원료, 사업장 내부 먼지와 마을 내 먼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됐다.
주민들은 “KT&G는 적법하게 연초박을 위탁 처리했다고 하지만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적정하게 처리하는지 등을 확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KT&G는 연초박의 유해성을 금강농산에 알린 적도 없다”고 비난했다.
KT&G는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KT&G는 “연초박은 폐기물관리법 및 비료관리법 등에 따라 재활용될 수 있다”며 “당사는 관련 법령을 준수해 연초박을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인 비료공장을 통해 적법하게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