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베이조스 악연…아마존, 미 국방부에 소송 제기

입력 2019-12-10 15:39
제프 베이조스(왼쪽) 아마존 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 국방부가 ‘합동 방어인프라 사업’(JEDI·제다이) 사업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선정한 것에 대해 아마존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악연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이 제다이 사업을 따내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서 공적·사적으로 아마존과 베이조스 CEO를 공격했다는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내부문서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AWS는 미 연방청구법원(CFC)에 국방부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클라우드 업계 1위인 아마존은 당초 10년 동안 100억달러(약 11조9100억원)가 투입되는 제다이의 유력 후보였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의 클라우드 계약을 따내며 최고보안등급도 받은 바 있다. 당시 아마존은 경쟁자인 IBM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쓰고도 승리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9일(현지시간) AWS가 소장에서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 예산을 자신의 사적·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이용해도 되느냐”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의 제다이 수주를 막으려고 반복적으로 공개적인 공격과 막후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AWS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국방부 관계자들이 평가 과정에서 실책을 저질렀다면서 사업자 선정을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기자들에게 “국방부와 아마존의 계약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듣고 있다. 무슨 일인지 아주 자세히 보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제다이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어떤 외부 영향도 없었다면서 아마존이 소송에서 제기한 구체적 주장들에 대한 논평은 거부했다.

사실 트럼프와 베이조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인 베이조스 소유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15년 미 대선 기간 트럼프 검증 특별 취재팀을 통해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WP는 트럼프만이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도 검증했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WP가 자신에게만 불리한 보도를 일삼는다고 비난했다. 이후 트럼프는 “WP는 아마존의 로비스트이자 세금회피처”라고 공격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은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트럼프는 취임 이후에도 아마존이 소매상에 손해를 끼치고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며 틈만 나면 ‘아마존 때리기’를 했다. 베이조스 역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등 여러 안건에 대해 대놓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