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가 세상을 떠난 친구 김성훈에게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돌렸다.
이정후는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팀의 샌즈, kt 위즈의 로하스와 함께 최우수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무대에 오른 이정후는 구단 프런트, 장정석 감독과 코치진, 팀 선후배들과 부모님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담담하게 수상소감을 이어가던 이정후는 “이 영광을 내 친구 성훈이와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성훈을 떠올린 것이다. 수상소감이 끝난 뒤 시상식장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지난달 23일 김성훈이 광주 한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야구계 전체가 비통해 했지만 그중에서도 이정후의 마음은 유난히 아렸다. 1998년생 동갑내기로 어릴 적부터 절친했던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야구인 2세라는 공통점을 공유했다. 이정후는 이종범 전 LG 트윈스 2군 총괄 코치, 김성훈은 김민호 KIA 타이거즈 코치의 아들이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차세대 스타로 묶여 자주 언급됐다.
당시 소식을 접한 이정후는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친구를 추모했다.
그는 “참 같은 게 많았다. 커 오는 환경, 커 가는 과정. 플레이오프 도중 부상을 당했어도 가장 먼저 걱정해준 친구”라면서 “너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시간이 더더욱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이어 “더 이상 너랑 대결할 수 없게 됐다. 우리가 아버지들보다 더 유명해지기로 약속했지 않느냐”면서 “같이 있는 게 당연해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는 게 슬프다. 고마워 내 친구 보고 싶어”라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날 시상식이 끝난 후 이정후는 김성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우리는 성훈이를 기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분의 기억에서 잊힐 수 있지 않나”라며 “친구들도 큰 무대에서 상을 받으면 성훈이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친구들이 성훈이몫까지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늘에서 우리를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좋은 곳에서 즐겁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이번 수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2연속 최우수 외야수로 뽑혔다. 올 시즌 40경기에서 타율 0.336, 193안타, 68타점, 91득점을 기록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수상이었다. 총 투표인단 375명(유효표 347표) 중 315표를 얻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