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잃을 것 없다”에 안보리 소집… 추가제재 압박?

입력 2019-12-10 13: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미국은 그간 북·미 협상 국면에서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의미를 축소하고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시한’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구체화하면서 강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AFP통신 등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 향후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리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 관계자는 “(논의는) 최근 미사일 발사와 북한의 도발 확대 가능성을 비롯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포괄적인 업데이트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11일 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은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10일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도록 요구해왔다. 하지만 12월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초점을 맞추는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이는 인권문제 논의로 북한을 자극해 갈등을 격화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이 여러 차례 단거리 미사일 및 발사체를 시험 발사했을 때도 “문제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유럽 국가들이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규탄 목소리를 냈지만 동참하지도 않았다.

미국이 안보리 소집 카드는 최근 북한이 자체 설정한 ‘연말시한’이 다가오고 양국의 설전 및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북한이 ‘중대한 시험’ 등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ICBM 도발 움직임까지 보이자 국제사회를 통한 적극적 압박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또한 향후 안보리의 추가제재 가능성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적대행위가 있을 경우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북한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맞섰다.

유엔은 북·미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 보이자 양자 간 대화를 촉구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과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라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요구를 재차 되풀이한다”며 “외교적 관여는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