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하준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예산안 대치는 본격화

입력 2019-12-10 13:36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10일 본회의를 열어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소말리아를 비롯한 4개국 해외파병 연장 동의안 등을 처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0시55분 본회의를 개회해 총 239개 안건 가운데 쟁점이 없는 16개 안건을 먼저 상정, 처리한 뒤 오전 11시48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산안·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돌입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본격화하기 전 ‘폭풍전야’의 상황에서 일단 쟁점이 없는 시급한 법안만 처리한 것이다.

당초 여야는 전날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비쟁점법안을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예산안 합의 전까지 필리버스터 철회를 유보키로 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 간 예산안 협상도 불발되면서 국회는 다시 파국의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전해철 예결위 간사 등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오전 본회의에서 우선 ‘양정숙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을 재석 237명 중 찬성 180명, 반대 42명, 기권 15명으로 가결시켰다. 이 안건에 대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신청돼 있었으나, 문 의장은 “국회 관행상 인사 안건은 무제한 토론 대상이 아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도 통과됐다. 이 법안들에 대해서는 한국당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

민식이법 중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자체장이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토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재석의원 242명 중 찬성 239명, 기권 3명으로 통과됐다.

민식이법의 다른 축으로,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도 재석 227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군 어머니 박초희씨와 아버지 김태양씨가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통과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하준이법으로 불리는 ‘주차장법’ 개정안은 재석 246명 중 찬성 244명, 기권 2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경사진 모든 주차장에 차량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설치, 주의 안내표지 설치 의무화 등 주차장 안전 관리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동명부대(레바논)·한빛부대(남수단)·청해부대(소말리아)·아크부대(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군 4개 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도 처리됐다. 문 의장은 “이 안건들은 국가 간 협약과 관련한 동의안으로서 무제한토론 신청이 있었지만, 신청한 교섭단체에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와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스위스·아랍에미리트(UAE)·싱가포르 등과의 ‘이중과세 방지와 탈세 및 조세회피 예방 협정 비준동의안’ 5건, ‘한·우루과이 사회보장협정 비준동의안’, ‘한·카자흐스탄 수형자 이송 조약 비준동의안’,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방지 목적의 조세조약 관련 조치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 비준동의안’ 등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 의장은 오후 2시부터 본회의를 속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중 처리키로 여야 3당이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의 상정 시점 자체가 불투명해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합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오후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당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필리버스터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법안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와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예산안 심사 무산과 국회 파행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은 “근본도 없고 존재도 없는 4+1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무려 513조가 넘는 예산안이 지금 강행 통과되려고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법과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서 교섭단체 예결위 간사들에 의해 합의된 예산안 처리 합의를 통해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의 모든 의사진행과 관련한 그간의 행태를 바라보았을 때는 참으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이 이미 경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이) 한국당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했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역지사지하시라”며 “진실은 여야가 협상했고 원내대표들은 잘 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안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있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